▶ 생필품값 지출에 저소득층 불리 ‘빈곤 벌칙’ 피하려면 절약정신 필요
저소득 가정은 경제적 상위 계층에 속한 가정에 비해 화장지와 같은 일용품을 더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한다. 왜 그럴까? 대답은 간단하다. 세일 등으로 가격이 떨어졌을 때 대량으로 사들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시간대학의 로스경영대학원이지난 7년에 걸쳐 미국 내 10만 가구의 화장지 구입실태를 분석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연구진은 저소득 가정의 경우 그보다 소득이 많은 가정처럼 목돈을 지불하고 일용품을 할인가격에 대량으로 구입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며 “예를 들어 2겹 두루마리 화장지 36개를 15달러에 사지 않고 1겹 화장지를 개당 1달러에 낱개로 구입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필품을 한꺼번에 많이 구입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저소득 가정의 예산에 여러 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우선 일용품을 비축할 능력이 없는 탓에 장을 자주 보아야 한다. 장에 자주 간다는 것은 할인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세일을 놓치는 것을 의미한다. 일용품인 화장지가 떨어지면 당장 마켓으로 달려가야지 세일을 할 때까지 버텨낼 재간이 없다.
연구진은 연소득이 2만 달러 미만인 가구는 화장지 전체 구입량의 28.3%를 세일기간에 장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연소득이 10만 달러 이상인 가구의 경우 이 비율은 40%에 가까웠다.
저소득 가정이 화장지 값을 절약하려면 방법을 하나 밖에 없다. 싼 브랜드를 찾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구매 타이밍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저소득 가정은 매달 첫 번째 주에 할인품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월 첫 주에는 봉급을 받거나 푸드 스탬프가 나온다. 이 때를 지나면 저소득 가정의 일용품 대량구입이 뜸해진다.
이에 비해 소득이 높은 가정은 언제건 세일 품목을 사들일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굳이 따로 날을 잡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연구를 지휘한 에심 오르훈 교수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빈곤한 가구가 셈을 잘 못한다든지 재무능력이 떨어져 화장지를 비싼 가격에 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절약을 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저소득 가정도 여력이 있을 땐 더 나은 조건에 대량구매를 한다”고 말했다.
오르훈 교수와 박사과정 학생인 마이크 파라졸로가 하고 많은 일용품 가운데 하필이면 화장지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누구나 매일 사용하는 품목인데다 재고가 떨어지면 곧바로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또한 화장지는 거의 일정한 비율로 사용되고 대체품이 없으며 썩지 않는 일용품이라 얼마든지 비축이 가능하다. 게다가 상점마다 빈번하게 세일을 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는 화장지 구매만을 살펴보았지만 오르훈 교수는 그로서리 마켓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아이템은 저장과 대량 구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설거지용과 세탁용 세제, 칩과 음료수는 모두 대량으로 구입할 때 가격이 더 싸진다.
수퍼마켓과 할인점에 수시로 가기 힘들다는 사실은 빈민촌이 직면한 최대 문제 가운데 하나이자 가난한 사람들이 물건을 비싼 값에 구매하게 되는 이른바 ‘빈곤 벌칙’(poverty penalty)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설사 접근이 제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소득 가정에게 는 원하는 물품을 대량 구입하거나 세일 아이템을 원하는대로 비축할만한 여력이 항상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저소득 가정은 월초 세일이나 크레딧 라인과 페이먼트 플랜 등과 같은 파이낸싱 옵션이 도움이 되겠지만 TV처럼 돈이 많이 드는 품목이라면 모를까 화장지와 쌀 등 일용품에 파이낸싱 옵션을 제공하는 점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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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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