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율 수백 퍼센트…저소득층 싱글맘이 소액대출 단골 고객
▶ 돌려막기 ‘빚 악순환’
미국인 여성은 남성에 비해 벌이가 적을 뿐 아니라 대출을 받을 때도 높은 이자와 불리한 조건을 적용받는 등 각종 차별과 불이익을 당한다.
여성과 남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요구하는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된 이후 5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성별에 따른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CNN 머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여성은 사채시장에서도 고리대금업자들의 주된 착취대상이다. 특히 중간소득 이하 계층에 속한 소수계 여성은 단기 고리대출상품인 페이데이론의 단골 피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데이론(payday loan)은 말 그대로 봉급날 상환한다는 조건으로 빌리는 돈이다. 일반적으로 100달러에서 500달러 남짓한 소액을 빌리는데 툭하면 이자가 원금의 2배를 넘어선다. 약탈적 소액대출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급여시스템의 특성상 보통 2주 단위의 대출이 많은데 연이율로 환산할 경우 금리가 수백 퍼센트에 달하기도 한다. 최근 3개의 시민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성보다 빈곤계층에 속한 비율이 높은 여성이 페이데이론의 부작용을 심하게 앓는다. 페이데이론 이용자 10명당 6명은 여성이다.
뉴저지 커뮤니티즈 유나이티드, ISAIAH, ACCE 인스티튜트 등 3개 시민단체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페이데이론 여성 채무자들 가운데 소수계, 저소득자와 싱글맘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변호사 겸 ‘버지니아 빈민구제센터’의 사무국장인 제임스 스피어는 “모든 고리대금업이 빈곤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핫라인을 통해 상담을 해오는 페이데이론 피해자 가운데 여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1년 중 페이데이론의 수요가 가장 높은 때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와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주로 자녀를 위해 소액자금을 빌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물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성, 특히 소수계 싱글맘이다. 페이데이 대출업자들이 내보내는 광고에는 현금을 받아들고 웃음을 짓는 여성 모델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퓨 채리터블 트러스트의 조사 결과는 단기소액대출 이용자들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52%로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통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퓨의 소액 대출 프로젝트 담당자인 알렉스 호로위츠는 “연소득이 4만 달러 미만인 개인과 연 수입이 3만 달러 선인 가구가 페이데이 대출업자들의 단골 고객”이라며 이들이 당겨쓰는 빚은 평균 375달러지만 기존의 빚을 끄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시도하기 때문에 평균 520달러를 수수료로 지불한다고 밝혔다.
페이데이론은 사채시장에서 여성이 당하는 불리한 대출관행인 ‘핑크라이닝’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고리가 적용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받을 확률이 무려 46%나 높다.
여성을 남성보다 더 많이 받아들이는 영리추구 대학의 학자금대출도 고리로 악명이 높다. 이번 조사에서 사설 금융업계는 핑크라이닝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퓨 채리터블 트러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매년 1,200만 명이 페이데이론을 사용하며 여기에 대한 수수료로 90억 달러를 지불한다.
보고서는 “중간 이하 소득계층과 소수계에 속한 여성은 달리 급전을 조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불공정한 대출상품에 의존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이들은 결국 빚더미에 눌려 나날의 생존과 경제적 안정을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강요되는 자원(resources)와 기회, 임금의 조직적 불평등은 여성의 재산을 빼앗아 사채업자들에게 이전시키는 핑크라이닝을 생성한다”고 결론지었다.
<
김영경 객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