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무제를 공식적으로 채택한 기업은 많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경영자의 전폭적이고도 가시적인 지지가 없다면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최고위 선까지 갈 것도 없이 바로 윗 서열인 직속상사가 조금만 눈살을 모아도 원칙대로 밀고나가지 못하는 게 월급쟁이 처지다.
보스들은 대체로 재택근무를 탐탁스러워하지 않는다. 재택근무와 관련한 근거 없는 믿음에는 도대체 어떤 것이 있을까. 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1. 상사가 안 보면 농땡이를 친다.
매니저들은 아래 직원들의 게으름을 늘 우려한다. 그러나 종업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재택근무할 때 게으름을 피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바가지가 새는 정도는 어디서건 마찬가지다.
인력관리협회인 ‘월드엣웍’(WorldatWork)의 선임 프랙티스 리더인 로즈 스탠리는 “사무실에서 8시간 동안 한눈 팔지 않고 부하직원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매니저는 단 한 명도 없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차질 없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사무실에 있을 때에도 상사나 동료들과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통해 소통하고 보고서도 제자리에서 상사에게 전송한다. 재택근무할 때와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다국적 기업의 직원들은 지구촌 사방에 흩어져 있는 팀 멤버들과 온라인으로 협업을 한다. 국내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근무하는 종업원들은 지역 사무실의 직원들과 온종일 접촉을 해야 한다.
결론은 자명하다. 글로벌 웍플레이스 애널리틱스의 사장 케이트 리스터는 “상사와 직원이 고작 9피트 떨어진 공간에서 함께 일하건, 각각 1층과 9층에서 근무하건 아니면 9개 타임존(시간대)을 사이에 두었건 서로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업무를 보기는 매일반”이라고 말했다.
2. 집에서 일하면 생산성 떨어진다
재택근무자가 원거리 근무에 필요한 장비만 제대로 갖추고 있다면 생산성 손실을 입에 올리는 것은 쓸데없는 트집이다.
사실 재택근무의 최대 이점 가운데 하나가 집중력 향상이다. 리스터는 “업무를 제대로 완수하고 싶지만 개방된 사무실의 불협화음으로 일처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보자. 컴퓨터제작사인 델(Dell)은 전체 인력의 4분의 1이 최소한 부분적으로 재택근무를 하지만 생산성 저하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델은 2020년까지 재택근무자의 비율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더구나 생산성은 직원이 탈진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올라간다. 근로자들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3대 요소는 시간, 돈 그리고 온전한 정신상태다.
집에서 직장까지 15마일을 통근하는 근로자가 업무시간의 절반을 재택근무로 대신한다면 1년에 2~3주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절약한 시간 중 일부를 자연스레 일에 투입하게 된다. 갤럽 보고서에 따르면 원거리 근로자들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종업원들에 비해 주당 평균 4시간 이상 일을 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보태 비즈니스 연속성이라는 보너스까지 주어진다. 직원들이 재택근무 경험을 갖고 있다면 태풍이나 다른 재해로 정상적인 출근이 불가능해 사무실 업무가 중단된다 하더라도 원거리작업으로 생산성을 보전할 수 있다.
3. 기업문화와 협업체제 붕괴
대부분의 고용주들은 직원들 모두가 항상 사무실 밖에서 근무하는 환경을 못마땅해 한다. 부하직원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웬지 맥이 빠진다. 직원들 역시 늘 집에서만 근무하다보면 고립감에 사로잡히기 십상이다.
그러나 갤럽과 언스트 & 영(Ernst & Young)이 최근 공동으로 실시한 서베이를 분석한 결과 일주일에 한두 번의 재택근무 옵션이 주어진 근로자들의 업무 몰입도가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원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 서베이에서 근로자들의 80%는 더 많은 탄력근무제 옵션이 주어지기를 원했으며 불이익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옵션을 사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 중 40%는 탄력근무제 옵션을 사용할 경우 승진에서 누락되는 등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재택근무자들의 90%는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잡기가 용이해졌다는 견해를 보였고 이 중 46%는 집에서 일할 때 생산성이 더 올라간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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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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