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매년, 혹은 몇개월에 한번씩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어 보니 6년동안 7번, 즉 1년에 한번 꼴, 이쯤되니 어차피 다시 이사갈텐데 짐을 늘리지 말아야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에 또 한번 샌프란시스코 도시로 옮기면서 보니 가져갈 짐이 아이키아에서 산 가벼운 침대 하나와 책상, 옷가지들이 전부였다. 학교를 나와 일을 시작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도 내가 과연 계속 미국에 살고 있을까? 하는 불안정성 때문인지 사는 곳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가장 싼 방, 계약에 얽매이지 않고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는 곳을 위주로 거주했다. 어딜 가도 인테리어 소품은 절대 사지 않았고 잠만 자고 나가는 방에 정 붙히지 말자 하면서 마치 캠핑온 것처럼 필요한 것 몇개만을 가지고 생활했다. 물건을 살 때도 맘에 드는 것보다는 튼튼하고 가벼운 것, 옮기기 편한 것을 위주로 구매하는 습관을 들였다.
어느날 시내를 걸어가고 있는데 깔끔한 한 인테리어 가게가 눈에 띄어서 구경하려고 잠시 들어갔다. 그곳에서 맘에 드는 등을 발견했다. 방에 놓으면 참 예쁘겠다 기분좋은 상상을 하고 있는데 뭐 어차피 살 수 없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할 때 거추장 스러울 것 같아서였다.
그때 잠시 생각했다. 앞으로도 계속 불안정한 상황에서 어딘가에 살텐데 그럼 계속 이렇게 캠핑하듯이 살아야 할까? 항상 미래에 언젠가는 살 집을 그리면서 현재에 나의 환경에는 너무 소홀히 하는건 아닐까?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인생 짧은데 그냥 사자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예쁜 등을 사서 집에 들고왔다. 방에 놓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나를 위해 예쁘고 멋스러운 등을 산 게 뿌듯했고 방이 잠만 자는 곳이 아닌 나의 공간이 된 느낌까지 들었다. 그래도 이사갈 때 갖고 갈 생각을 하면 겁이 나는 가구들은 절대 들일 수는 없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나의 주변을 꾸미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구나 처음 느끼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내 방뿐만 아니라 내가 기분좋을 수 있게 만드는 것에 소홀했던 것 같다. 향기가 좋은 향초라든지, 촉감이 좋은 수건이라든지 간단히 사는 것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물건의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했었다.
일상의 반복되는 일들이 나만의 의식이 된다면 특별하고 자존감이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될텐데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이사는 그만 생각하고, 조금씩 특별한 일들을 만들어가야겠다.
<
우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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