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이름은 모른다. 전에 다니던 직장 부사장님의 사모님이시다. 엘레이 본사에 근무하는 사모님은 일년에 한번 크리스마스 파티에서나 뵙곤 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술도 춤도 취미가 없었던 사모님과 나는 직원들이 신나게 춤추는 것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가볍게 나누었다.
그중 잊혀지지 않는 대화가 있다. 시어머님 말씀을 하셨다. 모시고 살다 몸이 많이 불편해지셔서 양로원에 모셨단다. 매일 양로원으로 출근을 하신다는 사모님. 씻겨 드리고, 음식 먹여 드리고 시중 다 들어드리고 저녁에 집으로 오신단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교회 일은 못 하지. 지금은 어머니 모시는 일이 더 중하니까.”교회 일은 엄두도 못 내고, 나중에 하시겠다는 그분의 말씀에 여운이 있었다. 장로님과 권사님이신데, 교회 일에 시간을 많이 못 내시니 교회 생활이 편하지만은 않으시겠다는 짐작을 했었다.
다른 사람을 통해 듣기로는 젊어서 혼자 되셔서 아들 하나 바라보고 사셨다는 그 시어머님. 며느리의 극진한 효도를 받으시니 하나님께서 그 어머니의 수고를 위로해주시고 선대하심이 아닌가 싶었다.
아침마다 출근해 온종일 시어머니를 돌봐드리는 그 사모님을 보고, 다른 가족들도 ‘이 양로원은 이렇게 해야 하는가 보다’ 하며 사모님처럼 자주 와서 가족을 돌본단다. 효성을 전염시키고, 좋은 풍조를 만들고 계셨다.
권사님으로 교회에서 그 시간을 보내면 알아주는 사람도 있고 생색도 나련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양로원 출근을 택하신 권사님. 존경스럽습니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교만하지도 과장하지도 않으셨다.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근거는 성심성의, 최선을 다하는 섬김이었을 거다.
양로원에서 알아서 해 주니 이제 맘 놓고 시간 내서 교회 일 하지 싶으련만, “교회 일보다 어머니 모시는 일이 더 중하지.” 열심있는 신자들에게서 좀더 자주 듣고 싶은 말이다.
교회 일을 하나님 일이라 포장하고 집안일에 소홀한 사람 없지 않으니. 시어머님 연세쯤 되셨을 지금, 존경받는 어머니요 사랑받는 아내로 행복하시겠지.
<
김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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