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나에게는 영혼이 있고 그 영혼과는 글로 대화한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하게 됐다. 치료를 진행하면서 의사선생님은 계속해서 나에게 스스로와 대화를 해보라고 하셨다.
근데 나는 나에게 그런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반신반의한 채 스캇 펙이나 올리버 색스 같은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그저 무작정 질문했다. 그러자 어느날부터였을까, 내 안의 무언가가 말하는 것이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 여기 있으니 나와 대화해줘 - 나에게 너와 이야기할 거리를 던져줘.
그 무언가는 내가 가진 열등감과 트라우마 그리고 자존감, 자존심, 이타심, 배타심 등 너무나 복잡한 성질들의 결정체였다. 그 결정체는 서로 너무나 단단히 뭉쳐 있어서 무엇이 어떤 것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열등감이 성장의 동력이였고 이타심이 곧 이기심이였고 트라우마가 아름다운 기억이 되는 것이 한곳에서 일어나는 것이였다. 그런 것이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것이라 책들은 말해주었다. 너의 영혼은 너만이 알 수 있고 그것이 내는 다양한 소리와 빛을 가만히 따라가보라고.
내가 많이 존경하는 스캇 펙의 ‘아직 가야 할 길’에 보면 그는 ‘인생은 고해의 연속이다’라고 책 첫장에 써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을 진정으로 아는 것이 또한 ‘인생의 위대한 진리’라고 했다. 왜냐하면 힘듦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될 때 더이상 힘들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편안함을 당연한 기준값으로 생각했던 내 과거를 떠올렸다. 왜 나는 힘듦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웠을까? 내 안의 무언가가 답했다 – 나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잃어버릴까봐 두려워서 그랬어. 나는 겁쟁이니까. 그 말을 듣고 복잡한 내 속에서 상처받을까봐 두려워하는 나약한 나자신을 발견했다. 나도 몰랐던 또다른 나의 모습이였다.
나는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직업도 명예도 재산도 아닌 영혼의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풀리지 않는 질문에 시간을 많이 보내고 답이 없는 문제에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만 세상에 조금이나마 이로운 이야기거리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준히 또 천천히 그 과정을 해나가고 싶다. 나중에 다양한 길을 걷고 돌아서 마지막에 나를 발견했을 때 손에 들고 있는 수첩이 빼곡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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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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