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은 또 Monterey도 된다. 그러니까 Memory 와 Monterey 는 하나다.
편지를 발견했다. 서류사이 어딘가에 끼어있던 편지였다. 타자용지 반쪽짜리 석장에 빽빽하게 채워진 Good old Underwood typewriter 로 쓰인 편지 한통. M 과 M 의 1960년대를 불러오는 편지다. The Beatles 의 ‘Yesterday’가 은은히 저 멀리 들려오는 시절이다.
***옛날 옛날 서류갈피에서 돈이 나온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은 결코 아니다. BDB 학위로 일을 하면서 마무리가 만족스럽게 끝나는 날, 막걸리 한잔 하며 Old Cowboy 영화 한편을 사곤 했다.
나에게 주는 나로부터의 Good-Job-Done 선물이다. 그리고 끝매김 서류를 서류철로 옮기기 전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잡히는 대로 돈을 꺼내 서류갈피에 끼워둔다. 물론 얼마인지 모른다. 그리고는 잊어버리는 거다. 그리고 언젠가 옛날을 생각하면서 서류를 점검할 때 정말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을 맛보게 된다. 헌데, 그 언젠가가 이미 어제다.
서부의 카우보이 영화들을 산다면 동부에서는 카리비안 해적들의 영화를 산다. 제시 제임스, 닥 할리데이 와 같은 황야의 무법자들이 헐리우드 마술로 낭만적인 전설로 바뀐다. Henry Morgan 과 Blackbeard 와 같은 무시무시한 칼잡이들의 대결을 상상한다...
육중한 HON 철제 캐비닛을 열고 서류 포켓 하나를 꺼낸다. 아니나 다를까, 지폐가 나온다. 숨통이 막힌 채 서류 사이에 눌려있던 지폐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주는 거다? 쓰리 디짓은 아니고 공공 정도다. 그래도 짱이다. 누굴까 주인공이? 서류에 적힌 이름을 본다. 그 당시 그 친구가 14만불에 산집이 요즘은 1백70만불이 넘는다. 이집이 40년 후에는 얼마가 될까...? 힌트??그 친구 전화해서 같이 한잔 해야 되겠다. *** 편지는 미스 헤이만한테서 온거다.
미스 헤이만. MPC (Monterey Peninsular College) 에 등록하는 모든 외국학생들은 그분의 인터뷰를 통과 해야만 된다. 그분의 직함은 Foreign Student Adviser.
편지에 적힌 날짜는 1998년 12월 4일이다. 세계일주 Cruise 일정을 앞두고 보내온 편지다. 그좋은 IBM Selectric 이나 Smith Corona 전기 타자기 같은 새 시대 새 물결을 마다하면서 Good Old Underwood를 고집했던 분이다.
하긴 허브 케인(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칼럼을 쓰던 유명 칼럼니스트, 1997년 사망할 때까지 60년간 크로니클에 끌을 썼다)도 그랬다고 들었다. 찰스 맥케이브(1950년대 중반부터 1983년 사망할 때 까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칼럼을 썼다)도 그랬고... 유명한 사람들의 아집이라고 할까...?
90년대 말이면 미스 헤이만은 교수직을 이미 은퇴한 후다. ‘중동 일대를 여행하면서 쿠타이바 도 만나고 왔지.’ 이 편지를 받기 얼마 전 몬트레이에서 만났을 때 헤이만 교수가 한말이었다. 쿠타이바는 쿠웨이트 왕족의 한사람으로 MPC 에서 나와 같은 반에서 공부했다. 돈은 있고 봐야 하는 거구나 하는걸 알려주신 왕자님이시다.
녀석은 아파트를 2개나 빌려 살고 있었다. 하나는 카멜 바닷가 파도소리가 들리는 곳이고 하나는 산속 새들의 불협화음 야상곡이 울리는 곳.
자동차는 서너 개는 되었다. 녀석은 그런데 인물도 훤칠하고 공부도 잘했다. 젠장, 세상 살아가면서 부러운 게 이런 거구나 하는걸 완벽하게 가르쳐준 녀석이다. 미스 헤이만을 통해 녀석의 소식을 듣곤 했다. 헌데 지금은 아니다.
미스 헤이만이 이세상을 떠났다. 그는 미네소타주 Mora 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이 세상 문을 두드린 후 캘리포니아주 Monterey를 마지막으로 그 문을 닫았다. 오늘은 지폐대신 그리웠던 옛 추억을 뽑은 거다. 추억과 돈은 결코 비교가 안된다는 걸 다시 한 번 일깨워 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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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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