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지원 점차 감소… 원자재값 하락·사탕수수 흉작도 악재
▶ 전력공급 일부 제한 조치 “미국이 지원할 것”낙관론도

지난 1월 쿠바 바라코아 지역 모습. 쿠바 정부는 금년 하반기 연료 소비량을 3분의 1 줄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
1990년대 초 경제 위기가 엄습했을 때 쿠바 수도 하바나의 정전은 일상이었다. 현재 쿠바의 경제 전망을 암울하다. 쿠바의 가장 큰 지원국인 베네수엘라의 위기 때문이다. 쿠비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쿠바인들 사이에는 과거 경제 위기 당시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당시 쿠바인들은 호롱불로 거실을 밝혀야 했으며 가솔린이 없어 수마일 되는 학교와 직장을 걸어 다녀야 했다.
마리오 무리요 쿠바 경제장관은 최근 의회 연설을 통해 쿠바는 금년 하반기 중 연료 소비를 3분의 1 이상 줄여야 하며 투자와 수입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회의석상에서 한 그의 발언은 국영 미디어를 통해 보도됐다.
금년 상반기 쿠바 경제는 1% 성장했다. 지난 해 4% 성장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입과 연료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무리요 장관을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이 경제에 큰 압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와 니켈 가격 하락, 그리고 사탕수수 흉작으로 쿠바의 곤경은 가중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경제 위기에 빠지면서 쿠바인들은 원유가 풍부한 베네수엘라가 얼마나 더 쿠바에 원유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특히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권이 무너질 경우에 대한 우려는 한층 더 크다. 이런 두려움은 무리요 장관이 정전사태에 대해 경고하고 공무원들은 근무시간과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밝히고 난 후 더욱 증폭됐다.
레기나 코율라라는 이름의 쿠바 블로거는 “불을 밝혀주고 있는 것은 베네수엘라 원유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며 ”사람들은 마두로 정권이 무너질 경우 이곳이 암흑천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이런 국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것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곧 무너져 과거 ‘특별했던 시기’로 되돌아 갈 것이라는 루머와 소문들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기란 구소련의 수십억 달러 지원금이 끊어지면서 경제가 휘청거렸던 1990년대 초를 뜻한다. 그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란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데 있어 과거보다는 훨씬 여건이 좋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초 쿠바 주재 캐나다 대사를 지낸 비즈니스 컨설턴트 마크 엔트위슬은 쿠바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쿠바의 경제는 소비엣 붕괴전보다 더 발전했고 더 다변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쿠바는 위기적 변화를 흡수하는 놀랄만한 사회 정치적 역량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력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동요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기사를 위해 인터뷰를 하는 기간 중 정전사태를 경험한 하바나 시민들은 하나도 없었다.
쿠바의 공산당 기관지인 그란마의 간부인 카리나 마론 곤잘레즈는 최근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백명의 성난 하바나 시민들이 거리를 수 시간 점령했던 1994년 시위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더 할 수없이 나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여러분. 이 나라에서 1993년이나 1994년 같은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술 전공 학생인 에르베르토 델가도-로드리게즈는 1990년대에 자기 엄마가 숯불로 요리를 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시위 사태로까지 갈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쿠바인들은 1990년대와 같은 시련을 더 이상은 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의 직원은 은행원들에게 하루 두 시간만 에어컨을 틀고 반나절만 근무하고 돌아가라는 지침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사무실용 차량에 지급되는 가솔린도 절반으로 줄었다. 한 대학 교수는 사무실용으로 선풍기가 지급되고 가능한 한 일을 집으로 가져가 하라는 말을 들었다.
하바나 다운타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호세 곤잘레즈는 좀 더 낙관적이다. 그는 “라울 대통령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 뿐” 과거 ‘특별했던 시기’에 대한 얘기들을 하는 것은 “그저 추측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무리요 장관은 모든 사무실과 기업들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며 전력 공급을 일부 사용자들에게 제한함으로써 다른 사용자들, 즉 일반 가정과 여행관련 시설들, 그리고 기업들은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쿠바 정부의 목표는 올 하반기 전력은 6%, 연료는 28% 사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맺은 협정에 따라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하루 8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 텍사스 대학 에너지 전문가인 호헤 피뇬은 이 계약이 18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가로 쿠바는 베네수엘라에 의료인력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보내주고 있다. 최근 라울 카스트로는 원유 공금에 모종의 ‘축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어떤 규모인지는 확실치 않다. 로이터는 쿠바로의 원유 선적이 금년 상반기에 40% 줄었다고 보도했다.
쿠바의 에너지 문제는 전기수요 급증도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10년 간 해외로부터 송금 받는 쿠바인들이 에어컨을 마구 써대고 민간 식당들과 바, 그리고 비앤비 등이 냉장고와 오븐 등을 많이 사용하면서 전력 소비량이 급등했다.
또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정상화 된 후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다. 금년 상반기 4개월 동안 쿠바 방문객은 13.5%가 늘었으며 민간 항공기운항이 본격화되면 훨씬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가 원유 지원을 끊더라도 이것이 정치적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과 블로거들은 전망한다. 무엇보다 쿠바인들의 대량 탈출을 원하지 않는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쿠바 정부도 개혁을 가속화 하고 외국 투자에 대해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엔트위슬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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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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