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커피 한잔을 가지고 여유롭게 식탁 앞에 앉았다. 일체의 소음과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맞이한 평온함이 반가웠다. 머그잔에 넉넉히 따른 커피 한 모금을 삼키자니 진한 향이 행복이란 단어를 선물한다.
마당을 보며 담담하게 다가온 행복에 겨워 마음속에 한 다짐이 또렷이 기억났다. 그 순간 행복이란 단어를 꿈꾸면서 스스로에게 약속했고 바쁜 일상 중에도 여유로움을 가지는 달달한 변화를 기대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의 삶에 그런 욕심을 가지는 것이 쉽던가. 한 모금 더한 커피가 쌉쌀하게 목을 넘긴다.
커피 몇 모금을 목에 넘기고 나니 뒷뜰 한가운데로 한국에서 큰어치라 불리는 블루 제이가 날아 들었다. 어여쁜 파란색의 그 녀석이 무엇인가를 부지런히 쪼아댄다. 그러다가 이내 이쪽 저쪽 옮겨다니는 녀석의 모습이 너무나 고와 시선을 고정시킨다. 작은 나의 뒷뜰이 온 세계인 양 아무 경계 없이 동선을 그리는 녀석의 모습을 어디 비교할 수 있을까.
나무 밑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무엇인가를 찾으며 열중하는 녀석의 모습이 마치도 후일을 위해 아주 귀중한 것을 숨겨놓는 것 같았다. 내 모습도 녀석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란 느낌이 겹쳐지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녀석의 모습에 한동안 취했다가 이 평화로운 곳에 찾아드는 새들에 대한 기억이 났다.
오래 전부터 벌새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왜 그럴까? 몇 그루 백합은 피고 지면서 지금까지 이 작은 마당의 안온함을 지키는데 벌새는 왜 오질 않는 거지? 이제서야 이 평온함에 기대어 짚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무심하게 지나친 변화에 생각이 갔다. 언제부터인가 큰어치가 벌새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음을...
조그마한 몸을 지탱하기 위하여 벌새는 1 초에 50 번 정도의 날갯짓을 한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 때가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 날갯짓이 나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하면서 위로받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벌새가 내 젊음의 상징이었다면 지금 큰어치의 여유로움은 지금의 내 모습과 닮지 않았을까. 인생 여정의 순간 순간에 아름다운 동선을 그리듯 이런 기쁨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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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씨는 현재 세종한국학교장, 재미한국학교북가주협의회 재무, SF코윈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03년 트라이밸리리한인학부모협회(KPA)를 창립해 현재 1,000여명의 회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했으며 창업 컨설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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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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