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 동안 내내 마음이 들떠있었다.구름 위로 날아 오르는 탓도 있었겠지만 오늘이 아들의 US MARIN’S 13주 Boots Camp를 마치는 날이기 때문이다.
마침 그 주에 피치 못하게 한국에 3일간 다녀오고 미국으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SF공항에서 샌디에고행 비행기를 갈아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먼저 가 있던 남편과 딸들이 아들을 만나서 전화를 했다.
한참만에 들어보는 아들의 목소리가 한창 들떠 있었다. 아들이 식구들을 보자마자 엄마를 찾았다는 말을 남편에게 전해들었을 때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훈련기간 인터넷, TV는 물론 시계나 달력도 없이 지낸 아들이 보내온 손편지는 감동이었다. 나도 매일 편지를 써서 일주일에 한번씩 보내곤 했다.
샌디에고에 내려 정신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부대로 가서 아들을 보니 군복을 입은 모습과 까맣게 그을린 얼굴이 낯설었다. 다친 데 없나 여기저기를 살펴보던 중 눈에 들어온 아들의 손... 유독 하얗고 뽀얀 손이었는데 그사이 굳은살이 생기고 손마디도 굵어지고 생채기도 있는 까맣게 그을린 어른 손이 되었다.
“우리 아들 손이 아저씨 손이 됐네.” 눈물이 나오는 걸 참고 웃으며 얘기했다. 그 손이 너무 어색하고 마음이 아팠다. 고된 훈련을 했을 아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아들 훈련 기간에는 즐겨 보던 '진짜 사나이' TV프로그램도 일부러 보지 않았다. 자꾸 아들이 눈에 어른거려 볼 수가 없었다.
아들은 극한 상황에서 생존하는 방법, 동료와 함께 이루어 내는 작전들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했다. 역시 남자들은 군대 이야기에 밤샐 줄 모른다더니 싶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낯선 환경을 잘 견뎌낸 아들의 모습이 너무 대견했다. 비단 겉모습만 바뀐 것이 아니라 생각이나 행동도 더욱 의젓해지고 어른스러워졌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듯 고된 훈련동안 우리집의 막내로 귀염받던 아들은 늠름한 군인의 모습이 되었다. 제복입은 모습이 무척 멋져 보였다. 몸과 마음이 균형있게 성장해서 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으로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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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애씨는 17기 민주평통 SF협의회 여성분과위원장, SF장학재단 장학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알라메다카운티 CASA(Court Appointed Special Advocator)과정을 이수, 입양아 가정의 환경을 판사에게 보고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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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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