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김일성 광장에서 열렸다. 열병식을 보면서 필자는 김정은의 육성 연설에 깜짝 놀랐다. 그는 “인민에게 감사하다”고 하면서 "노동당은 인민과 한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으며 인민을 하늘처럼 섬겼다"고 했다. "인민보다 더 귀중한 존재는 없고 인민의 이익보다 더 신성한 것은 없다"고도 했다. 연설 내내 '인민'이라는 단어를 수십 차례 언급했기에 김정은의 정책변화를 잠시 기대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석달도 채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났다.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2월 7일 6번째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는 고스란히 안보리 결의안 2270호에 담겼다.
역대 최강의 제재안이었다. 게다가 한국을 비롯, 미국•일본•EU 등도 독자적인 제재안을 발표했다. 한국은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이 북한 WMD 개발비로 전용되고 있다는 판단하에 ‘개성공단 가동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발끈한 북한은 공단내 한국인력을 모두 강제 추방하고 한국기업 자산을 몰수하는 등 적반하장식 태도를 취했다. 사실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역이용했다.
입주기업들이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달러로 임금을 지불하면 북한은 이를 모두 회수해 가는 대신 근로자에게는 환전된 원화나 물표 형태로 일부를 지급했다. 이렇게 착취한 달러는 모두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을 통해 39호실로 들어갔고,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 이 돈이 1년에 1억 달러가 넘었다.
북한주민에 대한 착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정은은 해외 송출 노동자들의 임금마저 갈취하고 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및 생활환경, 감시•규제, 강도 높은 노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권침해 상황에 처해 있다. 김정은은 5억달러에 달하는 이들의 임금마저 대부분 착취해 핵미사일 개발에 돌려썼다.
결국 김정은은 개성공단과 해외 근로자들의 임금 착취를 통해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정권을 연명해 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부스럭 돈”이라면서 즉흥적으로 공단 폐쇄를 명령함으로써 주민들이 ‘제2의 고난의 행군’으로 고통받게 만든 것이다.
최근에 개성공단에 근무했던 북한 근로자들의 소식을 들었다. 이들 대부분이 건설돌격대에 편입돼 현재 평양에서 진행중인 ‘려명거리’ 공사에 동원되고 있다고 한다. ‘비닐하우스로 된 천막에서 옥수수밥을 먹으며 외출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건설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시절의 뽀얗던 얼굴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런 근로자들은 당연히 개성공단을 그리워하면서 김정은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7차 당대회 후 북한은 연일 대남 대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군사회담을 제의했다가 거절되자 ‘정부•정당•단체 연석회의’ 개최를 제의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정당, 단체 및 개별인사들에게 편지공세까지 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런 진정성 없는 대화 제의를 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고 민족의 번영을 담보하는 길로 나와야 한다.
폭정을 통해 유지되는 정권은 반드시 단명한다. 김정은 스스로 말한 것처럼 인민을 하늘처럼 섬기기 위해선 선정(善政)을 베풀어야 한다. 선정의 전제조건이 바로 비핵화, 핵야망 포기임을 김정은만 모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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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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