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에선 화제가 만발하였다. 그것은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더 울프팩(The Wolfpack) 때문이었다. 크리스탈 모젤(Crystal Moselle)의 데뷔 작으로, 무쿤다 앙굴로 여섯 형제를 담은 이 영화는 그들의 특이한 내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다소 생소한 산스크리트어 이름을 가진 형제들은 11세에서 18세까지로(시상식 당시는 16세에서 23세) 학교를 다닌 적이 없고, 뉴욕 맨하탄에 소재한 정부 아파트에서 갇혀 살았다고 한다. 헤어 크리슈나(Hare Krishna)에 심취한 아버지 오스카 앙굴로가, 청결을 위해 외부와의 단절을 원칙으로 하는 종교적 신념으로 자식들을 집안에만 있게 하였던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세상을 가르쳐 준 것은 영화 DVD였다. 영화의 장면을 따라하며 일상적인 대화법이나 생활방식을 배웠고,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과 주인공의 의상을 만들어 입으며 대본을 쓰는 등의 놀이로 지냈다 한다. 말하자면, 영화를 통하여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고립감을 채워 나갔던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굴절된 종교적 신념이라든지, 학대 등의 이슈를 논하고 싶지 않다. 모젤 감독이 여백을 남기며 침묵하였듯이, 이들 형제가 삶에 절망하지 않고 영화로 소통하며, 어떻게 안팎의 세상을 이어 나가는지에 주목한다. 이 영화는 그래서 응어리진 구석이 없다. ‘세계가 어떠한가가 아니라 내가 어떠한가’를 증명하는 듯하여 뭉클했던 마음이 이내 따뜻함으로 이어지니 말이다.
세상과 단절되었던 이들이 할리우드를 통하여 세상밖으로 나왔다. 그들에게 바깥 세상을 향한 유일의 통로였던 영화를 통해서 결국 등장한 셈이다. ‘영화가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활에서의 영감 정도로만 허용하며 그것에 한계를 그을 것이다.
그러나 앙굴로 형제는 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범주에서 제외된다. 주어진 환경의 장벽을 가른 형제들에게서 나는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를 떠올린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이제 세상밖으로 나와 영화감독과 사진작가, 뮤지션 등 각자의 재능을 찾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는 이들이 행여나 세상의 한켠 모난 곳에서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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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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