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7월 한반도의 상황은 위중했다. 그 해 6월 25일 일요일 새벽 38선을 넘어 전면전을 일으킨 북한은 절대적 우위에 있던 화력을 앞세워 부산을 제외한 한반도 대부분을 장악했다. 이 때 한국전 참전 유엔군 총사령관이던 더글러스 맥아더는 인천에 상륙해 서울을 탈환하고 북한군의 보급로를 끊음으로써 전세를 단번에 만회하겠다는 작전을 세우고 이를 ‘블루하츠 계획’(Operation Bluehearts)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 계획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작전에 투입하기로 했던 미 육군 1사단마저 낙동강 전투에 배치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위급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 대신 미 육군 2사단과 해병 5연대를 인천에 상륙시키는 ‘크로마이트 계획’(Operation Chromite)을 다시 세운다.
인천은 수도 서울과 가장 가까운 항구로 이곳을 장악하기만 하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요지이기는 했으나 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조수 간만의 차가 보통 때도 9m, 클 때는 11m나 돼 상륙 작전을 펼치기에는 지극히 불리한 지형이라는 점이다. 다른 장성들은 인천 상륙 작전이 성공할 가능성은 5,000대 1에 불과하다며 이에 반대했다.
그 해 8월 23일 도쿄 맥아더 사령부에서 열린 군 수뇌 회의에서 맥아더는 방대한 군사적 지식과 화려한 언변으로 반대자들을 압도, 결국 워싱턴의 승인을 받아내기에 이른다. 상륙을 앞두고 인천의 지형지물과 인민군의 전력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실시된 것이 ‘트루디 잭슨’으로 이름 붙여진 CIA와 군 합동 정찰 임무다. 이들은 ‘켈로 부대’(KLO)로 불린 한국 첩보원들과 함께 조수와 해변, 안벽, 북한군 포대 위치와 병력 규모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해 보고했으며 이는 미군의 인천 상륙에 결정적 도움이 됐다.
이들 켈로 부대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인천 상륙 작전’이 요즘 한국에서 인기다. 개봉한 지 2주도 안 돼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영화의 특징은 관객과 평론가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에 뜬 관람객 평점은 9.3인데 기자 평론가 평점은 3.0이다. 2년 전 개봉한 ‘국제시장’의 관람객 9.1, 전문가 5.8, 작년 개봉한 ‘연평해전’의 관람객 9.1, 전문가 4.9보다도 큰 차이다.
‘인천’에 나온 내용이 역사적 사실에 모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핵심인 기뢰 부설 지도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북한군에게는 기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따라서 인천 앞바다에 거의 설치하지 않았다. 일부 설치된 것조차 썰물 때는 드러나 미군이 쉽게 파괴했고 밀물 때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거의 타격을 주지 못했다.
한국 첩보원들이 인민군으로 위장해 사령관 방에 있는 지도를 훔쳐 나온다는 설정도 좀 무리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평면적으로 묘사된 것도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한국이 북한의 침략을 물리치고 오늘처럼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리 선조의 희생이 있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충분히 점수를 줄만 하다.
맥아더가 없었더라면 인천 상륙도 없었을 것이고 서울 탈환도 늦어졌거나 없었을 것이며 낙동강 전선이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그랬더라면 7,000만 한민족은 그 때부터 지금까지 김씨 일가에 충성하며 시도 때도 없이 만세를 불러야 했을지 모른다.
한국은 지난 20년간 청소년들에게 이런 한국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았다. 한국사가 대학 입시 필수 과목에서 빠지면서 서울대 등 극소수 대학 진학자를 제외하고는 이를 배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무지 속에서 인천의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라는 세력에 동조하는 청소년들이 나온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다시 한국사가 대입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다고 한다. 2세들에게 딱딱한 한국사 가르치기가 힘들다면 지난 주말 LA에서도 개봉된 ‘인천’을 함께 보러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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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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