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마무리하며 퇴근하는 금요일 오후, 주말의 휴식을 기대하고 여유를 느끼며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 길에 꼭 거쳐야 하는 24번 도로는 오늘도 역시 퇴근차량들로 붐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하품이 자꾸 나오고, 뜨거운 햇살에 약간 졸린 듯했다. 이때 졸음과 지루함을 한숨에 날려버리는 전화가 울렸다.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받으니 그 친구 또한 한껏 높은 톤으로 “순애야, 나 이번 여름에 미국에 잠깐 방문할 거야, 대학생인 큰아들 군대 가기 전에 가족여행하려고, 또 결혼 20주년도 되고 ...” 반가운 소식에 “잘됐네, 우리 집에 와 있음 되겠다.” 매년 한국 방문때마다 만나는 친구 중 하나이다.
그 친구는 요즘 말로 4차원 같은 특이한 생각과 행동으로 주변을 놀래켰다. 고등학교 시절 돈키호테로 불리던 친구는 유명했으며 주위 친구들에게 웃음과 엉뚱함의 재미를 주었다. 예를 들면, 거의 모든 이과 학생들이 화학을 선택해 공부하는 동안 그 친구 혼자만 지구과학을 선택해 선생님과 일대일 수업을 하고, 호신용이라며 긴 우산을 항상 가지고 다니고, 발목까지 오는 긴 코트를 입고 다녔다.
키도 큰 친구여서 어딜 가든 눈에 띄었다. 또 대학생이었던 오빠 ,언니들에게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사회 경제전반의 이야기들을 반 아이들을 모아놓고 열변을 토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전공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다르다며 다시 공부를 하던 친구...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실천하는 용기가 참 부러웠다.
그런 친구가 지금은 한국에서 특수학교 교사를 하며 두 아들의 엄마가 되어 있다. 몸이 불편하고 혹은 정신연령이 신체연령에 비해 낮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특수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면서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지고 참을성도 늘었다. 더욱더 약자나 소외된 삶을 사시는 분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말했다.
친구와 통화하는 동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절로 미소가 나온다. 바쁜 일상 중 친구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교통체증이 심한 오후의 퇴근길을 한결 여유롭게 해 주었다. 미국에 올 기회가 있다고 연락해준 친구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다. 집에 가서 친구식구들이 와서 묵을 방을 정리해야겠다. 친구 식구들이 오려면 아직 몇 주는 더 있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친구야, 기다리고 있을게. 조심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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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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