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지형 경쟁기업에 공격적 대응…낙오위기 기업 인수
월마트와 제너럴모터스(GM), 버라이즌 등 미국 대기업들이 최근 일제히 인터넷기업들을 사들여 제각각 디지털 지형에서 살아남기 위해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 최대의 자동차회사, 2위 통신사가 인터넷기업들을 사들인 것은 급변하는 디지털 지형에서 나날이 세를 키워가고 있는 경쟁기업들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이들이 최근 인수하거나 상당한 지분을 확보한 인터넷기업들은 공교롭게도 해당 분야에서 선두업체에 밀려 낙오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월마트가 온라인 유통업체 제트닷컴을 33억 달러에 사들인 것은 자체적으로 전사상거래 사업에 손을 댔지만, 성과가 부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마존에 맞서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제트닷컴은 1년 전 아마존에 이어 업계 2위를 목표로 삼고 사업을 시작했다. 5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제트닷컴을 낙오자라고 부르는 것은 가혹한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트닷컴의 투자자들이 서둘러 매각에 동의한 데는 이유가 있다. 수익 창출 여부가 입증되지 않은 사업모델을 계속 끌고 가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차익을 챙기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분야는 이미 벤처캐피털업계에서 외면을 받는 상황이다. 제트닷컴이 아마존과의 차별화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고객 확보를 위해 큰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 외부의 시각이다.
한 달 전 버라이즌이 야후의 핵심사업을 인수한 것은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AOL에 이어 야후를 인수함으로써 디지털 광고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따라잡겠다는 의도다.
올해 초 GM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인 리프트에 5억 달러를 출자하면서 디지털 지형에 교두보를 구축했다. 리프트는 인터넷 스타트업으로서 가장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우버와 맞서는 기업이다.
GM의 출자는 거액으로 보이지만 업계의 시각에서 보면 대단한 금액이라고 보기 어렵다. 페이스북이 2년 전 왓츠앱을 인수하면서 지불한 금액은 190억 달러였다.
월마트가 사업 이력이 일천한 제트닷컴에 33억 달러를 지불한 것도 과한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월마트 시가총액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인터넷기업 매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브로커로 활동한 제프 골드스타인은 "월마트가 잘못된 결정으로 손실을 볼 위험은 이 회사가 전자상거래 사업의 활성화에 실패하는 것보다는 적다"고 지적했다.
버라이즌이 야후의 핵심사업을 인수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없지 않다. 야후의 데스크톱 인터넷 고객층은 현재의 모바일 중심 대세에 어긋나는 소모자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버라이즌은 야후를 활용해 AOL을 중심으로 구축된 광고기술 플랫폼을 키우고 이를 토대로 온라인 광고 리그에 신속히 편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후 자체가 지난 수년간 온갖 노력을 했음에도 목표 달성에 실패한 점을 감안하면 버라이즌이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GM이 리프트의 지분 9%를 취득한 것은 기존의 자동차 구매 방식을 전복시킬 신종 서비스의 영역에 돈을 주고 자리를 마련한 것이나 다름없다.
차량 호출 서비스가 자동차회사들에 도전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차량 호출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도시거주 청년층을 중심으로 자가용 차량의 구매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GM은 리프트와 손을 잡음으로써 향후 차량 호출 앱을 통해 이용하는 자율주행 차를 판매하는 발판을 얻었다. 문제는 승자독식의 조짐이 뚜렷한 이 시장에서 리프트가 우버를 상대로 제대로 버텨낼 수 있을지다.
골드스타인은 "제트닷컴의 투자자들이 월마트에 값비싼 소모전의 비용을 전가한 셈"이라고 지적하면서 "GM도 머지않아 리프트가 우버와 벌이는 싸움에 전면적으로 지원할지를 결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월마트와 GM, 버라이즌이 현재로써는 부담 없는 판돈을 걸었지만, 앞으로 더 큰 베팅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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