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로부터 육아휴가 준비에 도움을 받은 린제이 앱트가 아들 로건과 플로리다 주 마이트랜드의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린제이 앱트(39)는 “출산을 하기 전까지는 생활에 큰 변화를 주지 말라”는 전문가의 경고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녀는 어디선가 읽었던 경고를 무시한 채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중대한 변화를 받아들였다. 우선 대형 회계전문업체‘언스트 & 영’(Ernst & Young)의 파트너 지명을 수락했다. 이전보다 훨씬 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였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2014년 7월, 근무지가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바뀌자 그녀는 주저 없이 뱃속의 태아와 함께 새로운 임지로 떠났다. 남편은 집을 처분하기 위해 뒤에 남았다. 첫 아들은 그해 10월에 태어났다.
인생의 전환기라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린제이는 헌신적인 길라잡이인 딜레인으로부터 육아에 관한 코치를 받았다.
딜레인은 육아휴가를 준비 중인 부모들을 돕기 위해 회사가 붙여준 코치다. 언스트 & 영의 코칭 프로그램은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와 아빠가 새로운 환경을 무난히 헤쳐 나가도록 도움을 제공할 뿐 아니라 육아휴가를 마친 후 무리 없이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매월 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한 차례의 전화 세션을 통해 딜레인은 ‘워킹 맘’(working mom)에게 닥치거나 요구되는 중요한 일들이 무엇이고,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풀타임 잡을 가진 많은 신참 부모들은 직장일과 새로 추가된 육아책임에 압도당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탈진한 맞벌이 부부가 아기와 함께 밤새 울었다는 흔한 ‘육아괴담’은 과장도, 꾸며낸 얘기도 아니다.
다행히 언스트 & 영처럼 직원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주려는 기업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1대1 상담이나 전화상담, 혹은 웹으로 발송되는 소규모 그룹세션을 통해 출산을 앞두었거나 육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직원들에게 유익한 도움을 준다. 가끔씩 신참 아빠들에게도 코칭 서비스가 제공된다.
고용주가 스트레스로 가득 찬 힘겨운 시간을 견뎌낼 수 있도록 예비 엄마와 신참 엄마에게 기업차원에서 도움을 제공하는 이유는 유능한 여성 인력을 붙잡아둠으로써 궁극적으로 고참 직원들 사이의 성 다양성(gender diversity)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육아관련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고용주는 대부분 긴 근무시간을 요구하는 기업이다. 언스트 & 영, KPGM과 그랜트 선톤, 멧라이프, 도이치 뱅크, 엣시 등은 성별에 관계없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개인적으로 혹은 온라인을 통해 육아관련 코칭(coaching)을 제공한다.
로펌인 프로스카우어 로즈(Proskauer Rose)는 여성 변호사들을, KKR은 여성 투자전문가들을 각각 지도하고 콜스(Kohl’s)는 기업본부에서 전 직원들에게 시범적으로 코칭 서비스를 실시한다.
컨설팅사인 ‘라이프 미츠 웍’(Life Meets Work)의 키라 카바노 사장은 “코칭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하는 기업들이 매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1년에서 3년 사이에 직원들에게 육아 코칭을 실시하는 회사들의 수가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임계질량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기업들은 코칭과 전이 프로그램(transition program)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할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다.
이번 달부터 유급 육아휴가를 16주로 확대할 계획인 언스트 & 영은 대체직원을 고용할 경우 임신한 직원 봉급의 1.5배에 해당하는 경비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코칭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가동되면 이직 및 신규채용 경비와 의료비용은 물론 무단결근을 줄이고 임신부의 작업장 안전문제도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용주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다투어 채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직원들에게 새로 채택했거나 이미 시행중인 휴가제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라고 카바노는 귀띔했다.
기업대상 코칭 전문업체인 ‘토킹 탤런트’(Talking Talent)의 전무 카렌 루빈은 “고용주들이 기업문화를 바꿔야 할 필요성에 눈을 떠가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1년간의 육아휴가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휴가규정은 구색 맞추기나 전시용이 아니며 실제로 장기휴가를 사용해도 전혀 뒤탈이 없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경영진과 간부진이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해가며 앞장서 육아휴가를 권장하면 직원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육아휴가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법은 고용주에 따라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 지난 4월 코칭 프로그램을 도입한 엣시는 최근 육아휴가 일수를 26주로 확대했다.
엣시의 종업원들은 육아휴가를 시작하기 몇 주전과 휴가를 마친 후 브루클린 본사에 모여 매니저들로부터 트레이닝을 받는다. 다른 지역의 직원들도 화상참여가 가능하다.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로펌인 오멜비니 & 마이어스은 일부 직원들에게 지원을 제공한다.
현재로선 페어런트 코칭은 저소득 근로자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아직 유아단계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확실히 단정짓기 어렵다.
그러나 엄마 코칭은 육아지원 프로그램의 성패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룹인 아빠들의 사고방식에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언스트 & 영의 파트너인 제리 훼란은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하자 올해 1월부터 회사가 제공하는 육아 코칭서비스를 받았다.
지난 4월 제왕절개수술을 받은 아내를 대신해 2주간 쌍둥이를 돌본 훼란은 와이프가 업무에 복귀하는 대로 또 다시 1개월간 육아휴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그는 메시지 전달 차원에서 동료직원인 아빠들에게 “바캉스가 아니라 육아휴가를 간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겠다”며 “이 모든 것을 페어런트 코칭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
The New York Times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