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속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
선수 개성을 드러내는 등장음악은 야구 경기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즐거움 중 하나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하던 시절, 대구구장에 그가 9회 등판하면 어김없이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울려 퍼졌다.
선발투수는 보통 등장음악이 없지만, 류현진(29·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타석에 설 때 싸이의 노래와 함께 흥겹게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마무리 트레버 호프만의 등장음악 'Hell's bell'은 말 그대로 상대 타자에게 경기가 끝났다는 걸 알리는 '지옥의 종소리'와도 같았다.
구단은 응원과 음향을 담당하는 전문가를 기용하는데, 이들은 선수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낼 노래 찾기에 많은 공을 들인다.
때로는 짓궂은 선곡을 할 때도 있는데,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 필드의 디스크자키(DJ)는 선을 넘어 버렸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달리며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컵스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쿠바산 미사일' 아롤디스 채프먼(28)을 마무리로 영입했다.
채프먼의 특징이라면 최고 시속 170㎞에 육박하는 강속구인데, 컵스 구단 DJ는 작년 말 벌어진 '가정폭력'에 초점을 맞췄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16일(한국시간) 컵스가 부적절한 노래를 튼 DJ를 해고했다고 전했다.
원래 채프먼은 구단 측에 락그룹 RATM의 'Wake up'을 틀어달라 요청했다.
그런데 15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채프먼이 등판했을 때 울려 퍼진 노래는 프로디지의 'Smack my b**** up'이었다.
노래 제목부터 가사 모두 여자를 때린다는 내용이고, 채프먼으로서는 달가울 리 없는 선곡이다.
작년 말 채프먼은 여자친구 목을 조르고 총을 들이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경찰로부터는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신설한 가정폭력 방지 규약을 들어 채프먼에게 30경기 출장 정지 제재를 했다.
채프먼은 컵스로 이적하면서 "미숙한 행동으로 많은 사람에게 실망감을 줘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해당 사건을 언급하는 건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정중하게 부탁했다.
채프먼을 애지중지하는 컵스 구단은 이에 즉시 사과했다.
크레인 케니 컵스 사장은 "지난밤 부적절한 선곡에 사과한다. 민감한 문제에 세심하게 접근하는 판단력이 부족했던 걸 인정한다"면서 "곧바로 해당 직원을 해고했으며, 앞으로 경기 중 나가는 음악을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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