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랜·피뇬힐스 거주 한인 주민들 긴급대피
▶ 한인주택·농장 등 소실… 꼬리 문 피란차량

15번 프리웨이 인근 디보어 지역을 지나는 열차 선로 위의 화물객차들 뒤로 불길이 무시무시하게 타오르고 있다.
■ 샌버나디노 산불 현장 가보니
지난 16일 샌버나디노 카운티 15번 프리웨이 카혼패스 인근에서 발화된 산불이 밤새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한인 소유 주택과 시설물 등이 소실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긴급대피에 나선 이 지역 한인 주민들이 산불피해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블루컷 산불’이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지면서 카혼패스 주변을 비롯해 산불의 영향권에 든 필랜과 피뇬힐스. 오크힐 지역 등에는 약 200여가구, 500여명의 한인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지난 16일 오후 샌버나디노 카운티 셰리프국과 소방 당국의 긴급대피 명령으로 급히 몸만 빠져나와 대피소와 친지집 등에서 하룻밤을 보냈으나 17일에도 산불이 계속 확산되면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지역에는 특히 한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농장과 기도원, 예술캠프 등이 40~50곳가량 밀집해 있는데 이들 시설물이 모두 산불 지역에 포함돼 더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현지 한인들에 따르면 한인 운영 농장들 중 수 곳이 소실되는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7일 오후 현재 산불 지역으로의 접근이 쉽지 않아 대피한 한인들이 피해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순찰대(CHP)와 셰리프국과 소방 당국은 산불이 발생한 16일부터 15번 프리웨이 통행을 전면 차단한 가운데 17일에도 18번과 138번 하이웨이 등 주요 도로를 전면 차단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샌버나디노 카운티 138번 하이웨이와 헤스 로드 인근에 위치한 한인 이영수씨의 주택이 이번 산불로 소실돼 폐허처럼 변해 있다. <이영수씨 제공>
이번 산불은 현장에서 30마일 이상 떨어진 팜데일 지역 등에서부터 산불로 인해 발생한 연기가 구름처럼 하늘로 솟는 것이 한눈에 보였고, 현장에 접근할수록 매캐한 연기와 재가 날리는 데다 100도를 넘는 고온으로 인해 숨쉬기조차 힘든 상황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20년째 필랜 지역에서 웨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유태성·유정배씨 부부는 “16일 웨어하우스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옆 동네 오크힐 쪽에서 불기둥이 치솟는 것을 목격하고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며 “한인들이 주로 필랜의 웨스트 카혼밸리 쪽에 많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쪽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 같고, 몇몇 한인 운영 농장들이 다 탔다는 말을 들었는데 확인할 수 없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필랜 다운타운에서 만난 한인 대피 주민 에드워드 최씨는 “어제 갑자기 경찰들이 대피명령을 내려 입던 옷만 입고 한인 이웃들과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나마 필랜 지역은 안전할 것이라 생각해 주민들이 다같이 이쪽으로 왔는데 오늘은 이쪽도 대피명령이 내려질 것같아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대피 지역 주민들과 인근 지역 주민들은 산불로부터 대피하기 위해 집에서 간단한 생필품 정도만을 챙긴 뒤 인근 친척이나 지인들 집으로 향하는 모습으로 138번 도로는 외곽으로 빠져나가려는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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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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