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마다 전자 옥외광고가 행인들 눈길 사로잡아
▶ 신문·라디오 등 전통매체 광고 줄지만 디지털 빌보드 광고는 6년 연속 증가

타임스퀘어의 전자 빌보드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신문, 라디오 등 전통적 매체 광고는 줄어든 반면 빌보드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TV 광고는 시청자가 채널을 돌리면 그만이지만 빌보드는 누구든 반드시 보게 된다는 사실이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의 락밴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리드 싱어 액슬 로즈는 과거 같은 멤버였던 슬래시와 더프 맥케이건과의 23년에 걸친 불화를 얼마 전 청산했다. 그리고는 재결합해 2016년 북미 순회공연을 하기로 결정한 후 좀 독특한 방식으로 이를 홍보했다. 공연에 대한 기자회견도, 토크쇼도 사진 촬영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이 선택한 것은 옥외 전자 광고판이었다.
미 전국 대도시들에 건즈 앤 로지스의 로고와 히트 송 제목들이 번쩍이는 거대한 전광판들이 등장했다. 이를 본 팬들이 빌보드 광고를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다른 SNS에 올리면서 소셜 미디어가 난리가 났다.
“소위 폭로 전략이라고 하는 겁니다. 약간 힌트를 주면 거기서부터 흥분이 고조되고 의문들이 쌓이고, 이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불이 붙는 겁니다.”건즈 앤 로지스의 빌보드 광고 중 일부를 주도했던 옥외 전자 광고 전문업체 클리어 채널 아웃도어 아메리카스의 스캇 웰스 CEO는 말한다.
마케팅이 거의 전적으로 모바일 기기나 소셜미디아에 의존하는 시대에 빌보드 광고 전략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옥외 광고판을 이용하는 밴드가 건즈 앤 로지즈 만이 아니다. 롤링 스톤즈 역시 2015년 여름 순회공연에 앞서 비슷한 빌보드 접근방식으로 팬들을 설레게 했다.
맥도널드와 콤캐스트 같은 거대 브랜드들이 자사 상품 홍보에 빌보드를 이용한 지는 오래 된다. 그런데 지금은 포스퀘어(Foursquare), 리프트(Lyft), 스냅챗(Snapchat) 같은 테크놀로지 회사들도 빌보드를 사용한다.
디지털 시대에 빌보드 광고 회사들은 겨우 살아남는 정도가 아니다. 전성기를 맞고 있다.
건물 외벽에 세워지는 빌보드, 버스 같은 대중교통에 부착된 광고, 공항 광고 등 소비자들이 집 밖에서 접하는 옥외 광고비는 6년 연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9년 59억 달러였던 것이 2015년에는 73억 달러로 뛰었다.
2015년 미국에서 옥외 광고 지출은 2014년에 비해 4.6%가 올랐다. 반면 TV 광고비는 3.6% 떨어졌고, 라디오 광고는 2.5% 하락했다. 신문에 나가는 광고는 12.8%, 잡지 광고는 12.7% 하락했다. 한편, 디지털 광고는 20% 상승했다.
디지털이 신문과 라디오 광고비용을 빨아들이고 있지만 옥외 광고는 늘어나고 있다고 빌보드 광고업계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아웃프론트 미디어의 제레미 메일 CEO는 말한다.
그 이유는? 관련 연구들에 의하면 사람들이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이 늘고 출퇴근을 하고 아울러 스마트폰 덕분에 집이나 직장 밖에 있어도 사람들과 계속 연락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빌보드 광고는 좋은 점이 TV 채널 돌리듯이 안 보고 넘어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빌보드에 관한한 대중들은 일종의 포로가 되는 셈이다.
물론 빌보드 광고도 과거와는 격세지감이 들만큼 많이 바뀌었다. 고정된 사진과 간단한 설명만 담아 도로변에 우뚝 솟아있던 빌보드는 이제 거의 없다.
이제는 전자 광고판이 사방에 등장해 있다. 고속도로를 따라서, 빌딩 외벽에, 버스 차체에, 공공 벤치에 그리고 공항, 엘리베이터, 지하철, 샤핑몰 등 어디에나 있다. 대부분 디지털이어서 동영상이나 실황중계를 틀어 놓고, 소셜 미디어의 내용을 전시하기도 하고 스크린의 이미지를 매 30초마다 바꾸기도 한다.
광고 고객들이 자신의 데스크탑을 통해 광고 메시지를 즉각 바꿀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빌보드 광고회사인 라마 광고사의 션 라일리 CEO는 말한다.
센서와 코드를 갖춘 인터액티브 광고 빌보드도 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스캔을 하면 특정한 사이트로 가게 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전통적 미디어들이 어느 정도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빌보드 광고업계는 이를 제대로 포용했다고 업계는 말한다.
전국적 브랜드들로 보면 빌보드는 단 한번 광고로 인종과 나이를 초월한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쉽고도 저렴한 방법이다.
그래서 테크놀로지 기업들조차 광고를 옥외에 하고 있다. 포스퀘어는 뉴욕의 젊은이들이 매디슨 스퀘어 공원에 자주 모이고 사진을 찍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인근 플랫타이런 빌딩 외벽에 빌보드 광고를 했다. 젊은이들이 찍은 사진에 광고가 담겨 나중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공유되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광고주들은 단순한 광고를 넘어서 광고를 보는 사람들에 관해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빌보드에 소형 카메라를 부착해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빌보드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통행 패턴을 추적하는 작업들도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모바일 기기 데이터와 다른 정보들을 이용, 사람들이 광고판의 그 가게를 이후 방문하는 지 혹은 스마트폰으로 그 상품을 찾아보는지를 알아본다. 이와 관련, 스파이 빌보드라는 지적과 함께 개인의 사생활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2012년 인도 공연 중의 액슬 로즈. 로즈는 건즈 앤 로지스의 이전 멤버들
<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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