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아들은 사랑니를 빼서 밥 먹기가 힘든 여자친구를 위해 할머니한테 잣죽을 쑤어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손자 부탁에 아침부터 일어나서 잣뿐 아니라 다른 잡곡까지 갈아 정성껏 준비해 차를 타고 집에까지 가져다 주었다.
잣죽을 받아든 나는 “엄마, 막내가 얼마 정도 엄마 드리면 되나고 물어봐요?”라고 했더니 엄마는 “에이, 내 손자 주는데 왠 돈이야?” 하시며 손사래를 치신다. 나는 “자기 여자친구도 아니고 아는 여자얘 먹인다고 하는데 돈 받으세요”라며 “막내도 지금 직장에서 돈 버니까 바르게 돈 쓰는 법을 알아야 해요”라고 말했다.
한국식으로 보면 자식에게 돈을 받는 것이 이상한 일이겠지만 미국식은 각자 쓴 것은 각자 내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물론 미국적 사고방식이 가끔 정이 없는 것 같겠지만 현실적인 삶을 가르쳐 주거나 자립심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부모들은 자식이 대학에 들어가면 성인으로 취급해 자식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면서 매학기마다 학생들을 대하다 보면 그들이 겪고 있는 공통점을 목격한다. 사회적으로 성인 취급을 받지만 하루 아침에 성인이 된 삶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졸업과 동시에 직장을 구해야 하고 차도 사야 하고 은행 잔고를 쌓아야 하는 일들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기에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대학 1학년생들은 고등학교 때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마음껏 갖게 되지만 미래를 열어주며 하나씩하나씩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끝없이 배우는 것이 삶인데 부모들이 자녀가 성인이 됐다고 무조건 풀어놓을 것이 아니라 자립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조언해주고 길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두 아들이 20살 되었을 때 또래친구 7 명과 캐빈을 빌려 2박3일 요세미티 여행을 다녀온 후 나와 남편에게 감사하다고 갑작스럽게 말했다. 여행중에 아침밥, 설거지, 불 지피기, 고기 굽기 등의 방식을 아는 사람은 자기들 뿐이었다며 집에서 조금씩 배웠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배운 삶의 지식들은 어떤 재물보다도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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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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