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트버지니아의 오두막집>이란 제목은 내가 이번에 출간된 책 이름의 표지이다. 지난 오년간 한국일보에 연재된 칼럼을 한데 모아 이번에 여섯번째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동안 써두었던 글들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나온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 엄마 뱃 속에서 열달을 채워야 한 생명으로 태어나듯이 책이 출간된다는 것은 몇몇년 동안 정신적인 양식으로 만든 한 작가의 혼이 모아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돈도 많이 든다. 이번에 한진회사의 물류 대란으로 몇백권을 항공기로 부쳤더니 배 삯보다 몇 배가 더 들었다. 지난 1998년인가 마지막 책을 낸 후 실로 오랫만에 다시 책이 나왔다. 사실 지난번 낸 책들은 한국 문원 <한국일보에 속한 출판사>와 범우사에서 나왔기 때문에 나는 별로 힘들지 않게 책이 출판되었었다.
범우사의 사장은 내가 대학시절 함께 문학활동을 한 문우였는데 나중에 출판사를 차려 상당히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의 배려로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좋은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의 출판 사정은 그때와는 너무 달라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없어서 출판 시장이 말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책이 나와서 다행이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오두막집은 내 남편과 그의 누나와 여동생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미국에 와서 몇십년을 살고난 뒤 우리 시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 계실때 한번 가보고, 그녀가 돌아가신 뒤 장례식이 끝난 후 또 한번 가본 곳이다.
그 집에 들어가서 그 집의 작은 것에 한번 놀라고, 그 조그만 부엌에서 여섯 식구의 음식을 어떻게 맨날 해먹었을까 하고 또 한번 놀라면서 우리 시어머니의 일생이 애틋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가난하게 살았으면서도 늘 자존심이 강해서 당당하게 사셨던 시어머니,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셨던 그녀, 내가 해드리는 따뜻한 밥을 좋아하셨던 시어머니가 지금도 살아계셨으면 이 책이 ‘웨스트버지니아의 오두막집’이란 이름으로 나온 것을 상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셨을 것 같다.
내 남편은 내가 이 책의 제목을 지었을때,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하게 자랐고, 어릴 때부터 차 한대가 없어서 일요일날 교회를 갈 때면 온 식구가 걸어서 교회를 가곤 했기 때문에, 사실 있는 사람들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아서 나중에 철이 나자 교회를 떠났다고 고백했다. 우리 시어머니는 바느질을 잘해서 교회의 성가대복을 200벌을 지어서 바친 적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어머니는 벌써 천국에 자리를 마련해 두셨네요”라고 말해드렸다.
웨스트버지니아는 미시시피와 알라바마와 더불어 미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주의 하나다. 우리 시누이들이 자랄 때, 한여름이면 공동 풀장을 다니면서 그들끼리 맹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들 모두가 커서 각자 집을 가지게 될 때 뒷뜰에 풀장 하나씩을 가지자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들 모두가 간호대학을 나와 간호사가 되었고, 남편들도 잘 만나서 그들의 소원은 다 이루어지게 되었다.
부모들이란 한국 부모나 미국 부모나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똑같다. 자신들보다 공부도 더 많이 하고 더 출세를 하기를 바란다.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집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분들이 나중에 우리가 텍사스에 살 때나 다시 캘리포니아에 돌아왔을 때 크고 화려한 집을 방문하면서 그렇게 행복해 하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철이 나니까 집이 크다고 다 가진 것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웨스트버지니아의 오두막집은 작으나 행복을 상징한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을 상징한다. 지금은 다 떠났지만 과거의 애틋한 추억을 간직한 소중한 장소이다. 또 우리가 삶에 지쳤을때 유일하게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고향집이며 마지막 쉴 수 있는 장소이기에 우리들은 저마다 마음 속에 이 작은 오두막 집을 간직하며 살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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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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