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조건 반기문 아니다” 돌연 검증론 제기… 플랜B도 준비
▶ 반기문+안철수 연대론, 안철수 여권 후보론도 제기돼 눈길

반기문 사무총장

안철수 전 대표
‘반기문 카드 띄우기’에 나섰던 새누리당 친박계 인사들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졌다. 친박계 인사들은 그동안 반 총장을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해 ‘꽃가마 태우기’를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3당 원내대표가 미국 뉴욕에서 반 총장을 만나고 귀국한 직후에도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하루이틀 사이에 친박계 주요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반 총장 검증 필요성을 외치기 시작했다. 반 총장 주변 세력에 대한 견제에 나선 셈이다. 이에 따라 친박계의 입장 선회 배경과 실제로 변심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친박계 핵심으로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친박이 무조건 반 총장을 지지한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충청포럼 회장을 맡으면서 반 총장에 우호적이었던 윤 의원은 “‘인기란 단지 피부 껍질 두께밖에 안 되는 깊이(skin deep)’란 외국 속담도 있다”며 “반 총장은 정책과 후보 적합성 등을 놓고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도 “요즘 반 총장을 보면 걱정이 많다”며 “정치에선 문재인•안철수는 프로, 반 총장은 아마추어 아니냐”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말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을 제기하면서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반기문 띄우기에 앞장서왔다.
충청권 재선인 친박계 김태흠 의원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은 아직까지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고 검증도 받지 못했다”며 “친박들은 반 총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무조건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견제하자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반 총장이 아직까지 국내에서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준 적이 없으므로 검증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검증론’을 거듭 제기했다.
친박계의 달라진 태도는 우선 김종필(JP) 전 총재의 메시지 전달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친박’이지만 친박 직계가 아닌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전 상의 없이 JP의 메시지를 반 총장에게 전달한 데 대한 불쾌한 정서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뉴욕에서 반 총장과 만나 “결심한 대로 하되 이를 악물고 하라.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는 JP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
또 친박계가 앞장서서 반 총장 지원에 나설 경우 ‘대선주자 반기문’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략적 고려가 작용했다. 또 검증받지 않은 반 총장이 중도하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친박의 선택지를 다원화해야 한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반 총장 주변에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친박계와 손을 잡는 방식으로 가면 안 된다”면서 제3의 길을 권하는 측근들이 적지 않은 점도 친박계의 견제 움직임을 낳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서 반 총장을 돕는 모습을 보이면 반 총장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친박계도 검증받지 않은 반 총장에게 무조건 매달릴 수 없으므로 여러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을 내세우는 플랜A뿐 아니라 다른 주자를 대타로 내세우는 플랜B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친박계 일부는 이를 위해 최경환 의원을 일단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 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이 최종 선택지가 되지는 않더라도 막판에 유력 대선주자와 친박계 주자가 연대하는 구도를 만드는 구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면 친박계가 구상하는 플랜B에 적합한 대선주자는 과연 누구일까? 현재까지 거론되는 여권 대선주자 중에 친박계와 궁합이 맞을 수 있는 인사를 당장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여의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반기문+안철수 연대론’ 또는 ‘안철수 대안론’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여권 대선주자설에 대해 “여권의 분화나 개헌을 통해서 새로운 구도가 제시되면 그때 가서는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도 그야말로 나홀로 주장을 하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그럴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대선 시나리오’라는 글을 통해 ‘반기문-안철수 연합’ 가능성을 제기했다. 민 의원은 “본선이 시작되면서 대선 3파전이 전개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가 분권형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한 반기문-안철수 연합”이라고 전했다.
친박계의 변화 기류와 이상돈•민병두 의원의 언급을 통해 알 수 있듯이 2017년 대선 구도는 수차례의 변곡점을 겪으면서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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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 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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