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친정집에 가고 싶지만 부모님과 왕래가 끊어진 지 오래되었다는 친구가 있다. 결혼식에 불참한 부모님 때문에 남편 보기 너무 미안해서 아예 소식을 끊었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원하던 좋은 대학과 직장을 다녔지만 부모님이 마뜩찮은 배우자감을 데려오면서 말다툼이 잦아지고 부모님과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단다.
살다보면 기대로 인해 실망한 경우들이 많다. 부모님은 자식이 기대하는 대로 성장하길 원하고 자식은 부모님이 항상 믿을 만한 의지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부부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상대 배우자에게 배우고 존경하며 존경받으면서 살기를 바란다. 또한 친구에게는 어려움을 한껏 털어 놓아도 언제나 자신을 이해해 주며 너그럽게 봐 주길 기대한다. 모두가 이런 기대들을 품으며 살고 있으나 불행을 가져오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왜 이런 기대를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기대”를 마땅한 의무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에게는 하기 힘든 기대를 남에게는 무거운 짐으로 지운다. 그 기대가 어긋날 경우엔 실망에 휩싸인다. 또한 원치 않았던 기대를 받은 사람은 그 기대를 채우지 못할 경우 자신감을 상실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어느 누구도 기대할 권리도, 기대를 가질 권리도 없다. 큰아이 어릴적에 “너는 공부 많이한 변호사가 돼서 불행한 사람 도와줘”라고 했더니 큰아이는 “엄마, 변호사는 엄마가 하고 싶으면 엄마가 하세요. 저는 다른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해서 저 나름대로 불행한 사람들을 도와 줄게요”라고 답했다. 처음에는 황당해서 속으로 “뭐?” 하고 한동안 어떻게 아이의 답변을 받아들여야 할까 생각했다.
결국에는 아이 말이 맞는다고 인정했다. 아이가 변호사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나의 기대지 아이의 기대는 아닌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미래는 아이의 것이지 나의 미래는 아닌 것이다. 내 기대가 아이의 미래를 불행하게 한다면 차라리 기대를 품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소중한 가족관계가 깨진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기대인지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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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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