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2년 차 프리웨이에서였다. 약속 시간에 맞추느라 급하게 사이드미러를 확인하고 차선을 변경하는데 미처 보지 못한 차가 있었다. 거울의 사각지대를 간과했던 것이다. 일촉즉발의 순간 가까스로 핸들을 돌려 사고를 피했지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상대방도 너무 놀라고 화가 났는지 계속 뒤를 쫓아오며 경적을 울려댔다. 그렇게 혼이 난 후로는 차선을 변경할 때 고개를 완전히 돌려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이드 미러의 사각지대처럼 마음에도 사각지대가 있다.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는 감동과 웃음을 주며 나와 다른 사람을 보는 시각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 영화다.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그들의 사각지대를 극복하며 타인을 받아들이고 마침내 한 가족으로 동화되어 가는 이야기는, 어떻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를 유쾌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그 당시 NFL 1차 드래프트에 선정되어 최고의 미식축구 스타가 된 마이클 오어(Michael Oher)의 감동적인 실화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멤피스 빈민가 출신 편모슬하의 마이클은, 마약 중독에 빠진 어머니에게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홈리스 생활로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 투오이 가족은 멤피스의 부유한 사업가로 남부의 전형적인 백인 가정이다. 그러나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거리의 흑인 아이인 마이클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그가 꿈을 펼치도록 지지하며 온전한 가족의 사랑을 나눈다. 이렇게 편견을 포용하며 열어 낸 사랑은 마이클 오어가 훌륭한 미식축구 선수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고, 삶 또한 변화시킨다.
다름과 차이에 열려 있지 않으면 자연히 자신의 사각지대에 갇혀 살기 십상이다. 다름 또한 보편적인 인간성으로 받아들이고 경계를 허물 때, 마음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회복되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리앤 투오이는 인상적인 말을 남긴다. “우리가 준 것 보다, 그 애가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이 아이를 만나고,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열린 마음의 시너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내 마음의 사각지대는 어디인가. 볕 좋은 가을 날, 마음의 세간살이들을 모두 꺼내어 찬찬히 살펴볼 일이다.
<신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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