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 무엇입니까?” 물어보면, 우린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남에게 베풀거나 누군가를 돕는 등 남을 위한 것이라고 대답한다. 나눔에 대한 기본정의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눔의 전부일까. 얼마 전 ‘이발 봉사왕’ 박형서(64)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16살 때 머리를 감기는 수습생으로 이발사의 길에 들어선 그는 1983년 부터 지금까지 매달 고향 제천을 찾아 어르신들의 머리를 무료로 손질한다고 했다. 30년이 넘도록 한번도 거르지 않는 이발 나눔은 박형서씨에게 무엇일까.
하버드 의대의 한 보고서는 이것과 관련하여 특별히 의미가 있는 듯하다. 하버드 의대생들이 직접 참여한 실험으로, 한 그룹의 학생들은 돈을 받는 노동을, 다른 그룹의 학생들은 아무런 댓가가 따르지 않는 봉사 활동을 하게 하였다. 노동을 마치고 학생들의 체내 면역 기능을 관찰하였을 때, 봉사에 참여한 그룹에서만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면역 기능이 월등히 높아지고 유해 병균을 물리치는 항생 물질이 생겨났던 것이다. 실험은 한걸음 더 나아가 학생들에게 테레사 수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보여주고 측정한 결과, 영상을 보기 전보다 면역 항체의 수치가 훨씬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직접 나누거나 남의 나눔을 보는 것만으로도 인체의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을, 연구진은 봉사와 사랑으로 일생을 살았던 테레사 수녀의 이름을 붙여 ‘테레사 효과(The Mother Theresa Effect)’라고 하였다. 또한 학자들은 뇌에서 분비되는 엔돌핀에도 주목했다. 남을 돕거나 나눌 때 엔돌핀이 정상치의 세배로 증가한다는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는 나눔의 효과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다.
박형서씨는 봉사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재미있다고 하였다. 어르신들께도 더욱 겸손하게 되고, 음주를 줄이며 건강을 유지한다고도 했다. 나눔이 주는 이득을 누리는 것이다. 선행이나 봉사를 하면서 갖게 되는 심리적 만족감은 며칠에서 몇 주까지도 지속된다고 한다. 이로 인해 건강해지는 몸과 마음을 통해, 나눔은 남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길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나눔에 대하여 기본정의를 벗어나 새로운 이해를 더해 보자. “나눔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신정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