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팁 없애는 대신 음식값 올려 식당 홀 서버-주방 직원간 종업원 임금차 줄이려 도입
▶ 수입 줄어든 웨이터 떠나고 손님들 스탭들도 불만 표출 “효과 없다” 팁 제도 부활

오리건주 포틀랜드 소재 파크 키친 레스토랑의 테이블 위에 노-팁 제도에 관한 설명문이 놓여 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연인과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상큼한 디저트까지 먹고 나면 계산을 해야 할 차례가 다가온다.
헌데 이게 생각보다 성가시다. 팁으로 얼마를 지불하느냐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 레이트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이전 기준인 10%를 고수하면 조막손 소리를 듣기 쉽다. 15% 정도면 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요즘의 새로운 표준은 20%로 모아진다.
고급식당에서 연인과 한 끼 식사비로 150달러가 나왔다면 30달러의 팁을 합쳐 180달러를 놓고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손님의 입장에서 보면 만만찮은 부담이다.
팁 제도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늘어나면서 아예 이를 없애는 식당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였다.
노-티핑은 레스토랑 스탭들 사이의 서로 다른 페이 수준을 균등하게 하고 소득 예측을 용이하게 하며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팁 관행을 없애버린 레스토랑들 중 상당수는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푸념한다. 일부는 팁 제도를 원상복귀 시켰다.
지난 6월 티핑을 없앤 오리건주 포틀랜드 소재 ‘르 피종’의 소유주 앤디 포탕은 “기본적으로 종업원의 보수가 고객들의 기분에 좌우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팁 제도를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비용보전을 위해 음식가격을 평균 20% 인상한 르 피종은 종업원들에게 기본급을 제공하는 외에 일일 매상의 일정 퍼센티지를 떼어내 일률적으로 분배해준다.
팁 제도를 없앤 후 숙수와 설거지 담당자 등 ‘식당 뒤쪽’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시급은 약간 오른 반면 웨이터/웨이트리스와 바텐더 등 ‘식당 앞쪽’ 홀 서빙 인력의 임금은 이전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포탕은 “우리 식당의 종업원들은 모두 훈련이 잘되어 있고 지적이며 열정적”이라며 “이들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고객들의 손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고용주가 직접 합당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 오너들은 티핑을 결함이 있는 제도로 간주한다. 포틀랜드에서 ‘팜 스피릿’을 운영하는 아론 아담스는 팁 제도가 고객과 서버들 사이에 기이한 역학관계를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팁 제도를 폐지한 아담스는 종업원들의 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그들이 가족을 부양하고 집을 장만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팁은 식당 직원들 사이의 급여 차이를 늘리는데 일조한다. 코넬대학과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연구원들은 대도시의 경우 ‘식당 앞쪽’ 근로자들의 중간 주급은 ‘식당 뒤쪽’ 종업원들의 주급을 20:80의 비율로 압도했다고 말했다.
고급 식당일수록 스탭 사이의 소득격차가 크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고급 식당 서버들의 중간 주급이 792달러인데 비해 숙수와 설거지 담당자의 주급은 441달러에 불과했다.
일부 주의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는 주법에 따라 최저임금 이하의 시급을 받는다. 주방 근로자와 홀 종업원 사이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러나 최근 최저임금이 인상된 데다 팁을 받는 홀 서버들의 기본급이 오르면서 주방팀과 서빙팀 사이의 임금차이가 더 크게 벌어졌다.
홀 서버에 비해 홀대를 받는 탓인지 셰프를 포함한 주방인력을 구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몇몇 서부 주의 법원은 손님이 놓고 간 팁을 식당의 전종업원들이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을 금지한 연방법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
전국요식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레스토랑 중 노-티핑 모델을 채택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팁 제도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태드 보그러 오브 트로 노르맨디’와 ‘바 아그리콜’은 2015년에 없앤 팁 제도를 10개월 후 다시 복원시켰다. 불만을 품은 홀 서버들이 대거 경쟁업소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전국 체인망을 지닌 ‘조스 크랩 셱’은 18개 체인점에서 실험적으로 실시한 노-티핑 실험을 4개 점포로 축소했다. 고객과 스탭 모두가 불만을 토로하는 통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조스 크랩 셱의 모회사인 ‘이그나이트 레스토랑스’의 최고경영자인 로버트 메릿은 “개인적으로 팁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지만 일선 매장의 고객과 스탭은 분명한 어조로 이를 반대했으며 가게를 떠나거나 발길을 끊는 방법으로 그들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머시 팍 태번’과 다른 여러 개의 식당을 소유한 뉴욕의 ‘유니언 스퀘어 하스피탤리티 그룹’은 2016년 말까지 전 매장에서 순차적으로 팁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노-티핑을 시행 중인 업소의 단골 고객들도 이 같은 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포틀랜드의 몇몇 유명 레스토랑 역시 LA와 브루클린 요식업체들이 거둔 성공에 자극받아 올 여름 노-티핑을 채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실질적 성과를 거둘 것인지 여부는 미지수다.
포틀랜드에서 여러 곳의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스테이블(ChefStable)은 계열 주점 가운데 하나인 ‘로열 리전’에서 1년 전 노-티핑 모델을 시험적으로 시행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소유주인 쿠르트 허프만은 고객들이 스탭에게 팁을 건네주고, 종업원들이 이를 사양하는 광경을 수도 없이 목격한 후 “내 판단이 실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고조됐고 경쟁업소로 옮겨가는 홀 스탭의 ‘엑소더스’가 이어졌다.
팁을 다시 허용하자 홀 서빙 스탭의 소득이 시간당 18달러에서 30달러로 뛰었고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도 개선됐다.
허프만은 “어쩔 수 없이 팁 제도를 부활시켰지만 인상한 주방 일꾼들의 임금을 다시 원래 수준으로 끌어내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로열 리전에서 바텐터로 근무하는 가렛 슈마커는 “처음에는 나도 노-팁이 키친 스탭에 도움이 되고 종업원 전체가 안정된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며 “가치 있는 시도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주, 혹은 카운티 차원에서 이 제도를 일률적으로 시행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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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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