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딘가 남아 있기 마련인 삶의 흔적들을 찾는다면 내게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는 일이다. 감추거나 꾸미지 않은 미더운 등에서부터 말하지 못한 힘든 사연이 빚어낸 묵직한 어깨선까지 타인의 시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람의 뒷모습은, 진솔한 또 하나의 표정이다. 치장할 수 있는 앞모습과는 달리 현혹하는 색을 지운 민낯이 들키는 정경(情景)이다.
사람의 뒷모습에는 그 사람만의 오라(Aura)가 있다. 붐비는 사람들 틈에 놓친 그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것도 나만이 알아 볼 수 있는 뒷모습 때문이다. 그의 등에는 다사한 60년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면서 일구었지만 진득한 성격에 꾹 다물어 버린 봉인된 진실과, 한때는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반듯한 등이 죽음을 넘나드는 수술과 병상 생활로 더할 나위없이 야위어 제 몸조차 가누지 못하고 스러져가던 고독한 투쟁이 있다.
누군가의 등받이가 되고서야 나는 어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시련으로 전후좌우 제대로 살필 겨를도 없이 앞일을 헤아리기에 바빴던 나는 잠시 돌리던 한숨에, 흐느끼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았다. 엄포와 읍소어린 회유로도 돌려 놓을 수 없었던 딸의 결단에 그저 져 줄 수밖에 없는 노모의 애타는 마음은 어설픈 나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계셨던 것이다. 그렇게 문득 바라본 어머니의 뒷모습은 당신께 아픈 손가락으로서의 자책과 심장을 도려내는 슬픔으로 내 안에 묻었다.
삶이 신산할 때 나는 걸음을 늦추어 사람의 뒷모습을 본다. 뒤에서 바라보면 사람이 향하고 있는 삶의 지점이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뒷모습의 의미는 온전히 보는 이의 몫이다. 혼자 걷는 사람의 뒷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날마다 새로운 삶이 누군가의 등뒤로 펼쳐 흐르는 것이 보일 때 나는 알 것 같다. 사람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때론 가슴에 묻어 놓아야만 할 녹록(碌碌)지 않은 삶의 무게를 말이다.
<신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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