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아침을 시작하는 주말에 가끔 남편과 함께 브런치를 먹으러 가는 곳이 있다. 70대의 노부부가 40년 가까이 한 장소에서 경영하는 레스토랑이다. 인테리어가 화려하지 않지만 고풍스런 분위기가 이국적인 샌프란시스코와 잘 어울린다. 물론 음식 맛은 최고지만 그곳에 가면 한가지씩 배워오는 그분들의 부부애가 있다. 항상 상냥하게 손님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주방장 언니(연세가 70이 가까이 되셨는데도 항상 소녀 같고 본인이 언니로 불려지길 원한다)와 키다리 웨이터 남편은 환상의 콤비이다. 친언니같이 인생의 이런저런 말씀을 해 주시고 간혹 아이들과 함께 오는 손님이 있으면 본인들의 손주들인양 과일과 음료수를 덤으로 주신다.
주인언니는 이 식당이 본인의 친정같다고 하신다.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커피를 내리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두 분은 항상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존중해주고 배려해 주신다. 그 비결을 물으니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하였을 때 빠른 시간내에 사과하고 언짢은 마음을 오래 간직하지 말고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이렇게 말하라고 가르쳐 주신다. 언짢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감정이 예민해져서 상처를 주게 된다고 하셨다.
또 괜한 자존심을 버리라고 말씀하신다. 브런치를 먹으며 두 분이 일하시는 것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아저씨는 느긋하게 다니시며 손님들과 이야기도 하시고 서빙을 하시고 언니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시며 '여보, 음식 나왔어요' 소리하시면 '그래 그래 알았다카이' 하시며 손님과 대화를 잠시 멈추고 일을 다시 시작하신다. 애교 많은 언니는 항상 아저씨에게 수줍은 미소를 보내신다.
70대의 큰 언니가 어쩜 저런 미소를 보이시는지 너무 부럽고 사랑스럽다. 아직까지도 두 분은 서로를 쳐다볼 때면 눈가에 그윽한 사랑이 보인다. 두 분의 사랑이 가득 찬 레스토랑의 향기를 오랫동안 맡고 싶다. 문득 남편을 보니 흰머리가 제법 보이고 눈가의 주름이 내 눈에 들어왔다.
가장 소중한 사람인걸 알면서도 너무나 당연히 가까이 있어서 서로에게 소중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 못하고 지내오는 것 같다. 남편과 아내로 당연히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에게 고마움과 사랑의 표현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식당 문을 나오는 남편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니 남편도 나를 보고 찡긋 윙크를 보낸다.
<
강순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