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캘리포니아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우리 동네도 예외는 아니다. 세차나 잔디에 물주는 것 등이 금지되며 심지어 2013년 기준으로 물 사용량의 25%를 감소하지 않으면 벌금형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잔디가 지나치게 푸르면 신고하는 제도까지 도입하였다. 그래서 마당을 잔디 대신 돌이나 인조잔디로 바꾸는 집도 있다.
각 가정에서 줄일 수 있는 물의 양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나도 시민의식을 가진 사회의 일원으로 물을 아끼기로 마음먹었다. 제일 먼저 부엌에서 쓰는 물을 줄이기 위해 싱크대에 큰 양동이를 준비하여 야채나 쌀 씻은 물을 받아 가능한 많은 물을 재활용하였다. 또 샤워 전 더운 물이 나올 때까지 흘려 보내던 찬 물을 받아서 화분에 물을 주기 시작하였다.
잔디에 주는 물도 새벽에 최소의 양으로 줄였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 자그마한 노력의 결과는 고지서에 그대로 나타났다. 흐믓할 정도로 절약이 되었다. 내 생각이나 노력은 이 정도가 한계였다. 그렇지만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옆집은 상황이 달랐다.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항상 손질이 잘되어 있는 잔디가 시선을 저절로 멈추게 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정원은 물 값이 걱정될 정도였다.
어느 날 그 집 앞에 있는 큰 플라스틱통에 ‘재활용한 물’이라고 쓰여진 것을 보았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우선 그 큰 물통을 나르려면...' 하고 나는 차가 망가지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제서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집 저집에 재활용한 물통들이 보였다. 진작부터 물을 절약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보고 자라 봉사와 솔선수범의 정신이 몸에 밴 것이다.
봉사정신은 미국사회를 지탱하고 만들어가는 큰 힘이다. 15년전 9.11때 보았던 많은 사람들의 봉사는 아직도 나의 가슴에 생생히 남아 있다. 이 정신은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며 생활화 되어있다.
오래전 처음 미국땅을 밟았을 때 얼마나 실망하였던지… 고국의 부모님께 미국에 대한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그래도 세계 강대국이 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도록 노력해 봐라.” 나는 살면서 찾았다. 나라 사랑, 봉사와 솔선수범, 이것은 학교에서만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짧지만 선대부터 보고 배우면서 이들의 가슴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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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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