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한국 유행가 중에 ‘백세 인생’이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지금도 내가 한국적 정서를 그리워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 든 여가수의 구성진 아리랑 가락과 가사가 좋다. 우스갯소리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야말로 예술이라고 하고 싶다. ‘육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로 시작한 노래는 팔십 세는 아직도 쓸만해서, 구십 세는 알아서 갈텐데 재촉하지 말라는 등으로 저승에 못가는 이유를 댄다. 굴곡진 인생 여정의 힘 없고 생에 지친 노인의 모습과는 다르다. 그리고 백오십 세에 이르러서는 당당하게 ‘나는 이미 극락세계 와 있다고 전해라’로 끝을 맺는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 대신 해학적인 경지의 우리 정서를 보여 준다. 옛날에는 나이 육십이면 은퇴한 어른이 흔했지만 지금은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소리도 있다. 그러니 요즘 세상 나이 육십에 저승에서 부른다면 얼마나 싫겠는가. 노래는 가락과 가사에 녹아든 정서나 철학으로 많은 사람들을 공감하게 만든다. 그래서 인생의 힘든 시기나 연인을 그리워하는 때에도 유행가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위로하는 것 같다.
최근에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밥 딜런이 위대한 미국의 전통 속에서 노래에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순수문학이 아니라 밥 딜런의 수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열광했다.
나는 노랫말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끼고 알기에 밥 딜런의 노래 가사 안에 깃들여진 생활철학에 대하여 노벨문학상 수상을 받았다고 생각이 들고 또한 기쁘다. 각 나라의 경계선을 넘는 훌륭한 음악과 노랫말이 지구상에 넘치길 바란다. 그리고 아이돌 한류만이 아니라 우리 정서와 문화가 녹아든 노래들도 세상에 전해지길 바란다.
이 여성의 창 컬럼의 시작 때는 부담스러웠는데 어느덧 마지막 회차다. 처음에는 적확한 우리 말 표현에 어려움을 느꼈지만 오랜 세월 미국에서 지내면서도 아직 한국적 정서를 가진 내 모습을 보았다.
그러면서 소소한 감정과 생각을 우리 글로 쓰면서 즐겁고 행복했다. 지면에 옮기는 내용이라 자료를 찾거나 표현에 맞는 단어 사용이 조심스러웠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기쁨을 누리도록 지면을 내주심에 고마운 마음이다. 그동안 읽어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
박성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