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느 신문에서 읽었다. 전자신문, 활자신문 등등 하도 많은걸 읽다보니 그때그때 적어놓지 않는 한 어느 신문이었는지 기억은 안 난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생생하다.
백악관을 비워준 부시 전대통령에게 어느 기자 한명이 묻는다, ‘백악관을 떠난 후 그곳에서 누리던 것 중 가장 그리운게 무어냐,’ 고.
‘각종 음식.’부시 전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이다.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나온 대답이란다. 8년간 세계의 대통령으로서 그막강한 힘을 발휘하던 백악관시절의 그리운 게 다만 음식이란다. 정치를 하면서도 저녁을 가지며 (손학규 전대표의 말을 인용하여) 인생을 참 여유 있게 즐기는 분이라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음식으로 말할 것 같으면 Carnegie Deli 가 있다. 1937년에 문을 연 뉴욕의 이 식당은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유세차 뉴욕을 방문하면 꼭 신고식을 올리는 곳이라는 전통으로도 유명하다. 언젠가 한번 시간 내어 가보리라 다짐하던 버켓 List 중 하나였는데 아쉽게도 문을 닫는단다. 버켓속에서 스스로 사라지는 리스트중의 하나다. 하긴 금년 말까지라니 아직도 기회는 있겠지만, 글쎄요...
기왕 먹는 얘기를 꺼냈으니 먹으면서 끝내자. 보스턴, 아니 캠브리지에 가면 Elsie’s 라는 로스트 비프 샌드위치 가게가 있었다. 지금 구글 지도를 보니 내가 살던 곳에서 꼭 2.1 마일이 된다. 그때는 자동차도 없이 버스나 지하철로 살았는데 걸어 갔었는지 차를 타고 갔었는지 전혀 기억은 없는데 그 집을 자주 갔던 것은 분명하다.
50년도 지난일인데 그 맛은 지금도 못 잊는것같다. 분명히 카이저 번 이었을 거다. 반을 가른 그사이에 얇게 썬 로스트 비프를 듬뿍 담아서는 감질나게 적은 양의 소스를 약간 발라준다. 그 옆에 덤성 썰어주는 오이지 한조각도 일품이었던 것 같다. 훗날 알고 보니 그 집도 꽤나 유명했던 식당이었나 보다.
캘리포니아로 이사 와서는 그런 맛의 로스트 비프를 먹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 집도 문을 닫았단다. 우연히 인터넷으로 Boston Globe 를 훑어보다가 그걸 알았다. 손님이 바글바글 잘나가는 식당이 문을 닫는데 는 한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오랫동안 한곳에서 운영을 하다 보니 건물주인이 바뀌면서 렌트비가 천정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던가 아니면 식당의 전통과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오랜 중노동으로 주인이 지치거나 병이 들어 나가는 거다.
비프 이야기만 하다 보니 어데 서인가 꿀꿀 소리가 들려온다. 왓 어바웃 미? 오브코스, 듣고 있다. 교포 David Chang 이 운영하는 그 유명한 뉴욕의 ‘Momofuku Ssam Bar’ 도 삼겹살로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쌈(Ssam) 이 돼지고기 보쌈이 아닐까...?잊지 못하는 돼지 갈비찜이 있다. 옛날 미국 오기전 8촌도 조금 더 지나는 형님이 한분 계셨다. 내가 가장 잊지 못하는 가족 어른이시다. 그 형수님이 만드시는 돼지갈비찜은 그어데를 가도 찾아볼 수 없는 일품이었다.
“뜨 락.”엄마를 닮아서인지 음식 솜씨가 있는 건지 그 형님의 딸들 두자매가 몇 십 년째 운영하는 식당 이름이다. 살던집 청담동 고층건물 밀림속 몇 개 안남은 한옥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10여 년 전 경황 없었을 때 한번 잠깐 들려본게 고작이다. 대신 인터넷으로는 자주 방문한다. 한식의 세계화? 간단하다. 대한민국 전국 방방곳곳에 널려있는 맛집 메뉴를 골라 마케팅만 잘하면 된다.
<
신해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