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전 자녀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지켜주고자 트라이밸리 지역에 작은 한인학부모 모임(KPA)이 만들어졌는데, 내가 이곳에 이사왔을 땐 이미 아이들 북클럽 프로그램이 잘돼 있었다. 나는 아이들의 독서력을 넓혀주고 한국친구들도 만들어 줄겸 서둘러 가입했고, 일하는 분들을 옆에서 지켜보자니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스탭으로 봉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장해오다 보니 이제는 200명 넘는 학생들이 북클럽을 하고, 지역 봉사활동도 많이 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지난 10월초 정부 지원으로 한국문화축제라는 큰 행사도 치뤘는데, 흔히 요즘 쓰는 말로 ‘줌마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하지 않았나 싶다. 충분하지 않은 예산이었지만 이 지역 최고 실력있는 팀들을 섭외하고, 오지랖이란 소릴 들으면서 지역주민들과 쌓아온 엄마들의 인간관계 덕분에 행사가 잘 마무리되었다.
사실 이제껏 타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주눅들어 살아왔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중국이나 일본과는 또 다른 한국만의 아름다움과 그 우아한 문화의 기품을 보여주게 돼 마치 내 일인 양 행복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한국문화재를 알려주고자 사전에 공모전을 기획했는데, 이 일이 오히려 나 스스로에게 더 많은 공부가 된 것 같다.
한국 문화재 중 유네스코 세계유물로 지정된 한가지를 골라 설명하는 보드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나는 별을 좋아하는 딸과 함께 첨성대를 골랐고, 이에 관한 자료를 찾다보니 우리 조상의 슬기와 멋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공모전에 당선된 한국 문화재 보드들이 도서관 내부 중앙에 가득 전시되고, 도서관 마당에서는 한글을 가르쳐주고, 한국놀이와 전통과자들이 가득했던 그날 하루는 진정한 한국의 날이었다.
어느 행사나 다름없이 준비하는 내내 고단한 작업들의 연속이었지만, 욕심없이 도와준 많은 엄마들, 한국사람을 너무 사랑해준 도서관 직원들이 있어 보람되고 재밌던 추억으로 간직하게 되었다. 수년간 이어온 KPA전통에 금가게 할 수 없다(!)는 부담감에 행사를 준비했지만, 역시 고진감래라 했던가… 이번 행사의 마무리는 달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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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영씨는 한국에서 바이엘 제약회사에서 일하다 1998년 미국에 왔다. 아이들 북클럽 활동을 위해 KPA와 인연을 맺은 후 올해 KPA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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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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