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맘 때쯤이면 한국이 많이 그립다. 우리 집 앞 학교가는 길은 은행나무 길이 였는데 발을 딛으면 푹신할 정도로 온 길목이 노란 은행 나뭇잎들이였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빨갛고 노래진 산들이 사방으로 보였고 고개를 들면 하늘은 정말 많이 파랗고 높았었던 것 같다.
지금쯤엔 또 은행잎이 조용히 쌓이고 있을 것 같은데 다시 한 번이라도 돌아가서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문방구를 지나서 은행 앞 포장마차에 들려서 떡볶이 천원어치랑 오뎅 천원어치를 사가지고 까만 비닐 봉지에 들고 집에 걸어가고 싶다. 집에 걸어가는 길에는 노란 은행나무 사이 여기저기서 나는 번데기 냄새, 떡볶이 냄새, 튀김 냄새, 뻥튀기 냄새도 맡으면서 걸어가다 보면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항상 뵈었던 노점상 아줌마 아저씨들이 앉아서 서로 수다 떨고 계실 거고 그러면 매일 등교길과 하교길에 뵙던 노점상 아주머니 아저씨께 인사도 드리고 집에 들어가서 보일러를 켜고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서 낮잠 한숨 자고 싶다.
그렇지만 이제는 대구 은행 앞 떡볶이 아줌마도 없으실 테고 과일 아저씨도 없고 참외 아줌마랑 포도 아저씨도 없을 텐데. 지금의 한국은 너무 낯설고 많이 달라져서 갈 때마다 조금씩 아쉽기도 하다. 더 이상 한국이 그리운 게 아니라 내가 벌써 어릴 때의 기억이 그리워지는 건가 아쉽기도 하다. 이제는 한국에 가도 내가 살던 곳은 많이 변해서 유치원때부터 내가 자라며 등교하고 하교할 때마다 인사를 받아주시던 노점상 아줌마 아저씨들도 없어지셨다. 친구들과 학교 마치고 항상 가던 만화방도 백원짜리 쭈쭈바를 사 먹었던 그 옆 문방구도 배고프면 몰려가서 먹던 오천원 하던 피자집도 없고.
그렇지만 많이 달라진 걸 알면서도 이 곳에서 빨갛게 단풍이 지는 모습을 보면 한국이 여전히 많이 그립다. 어차피 많이 달라져서 못 알아볼 것들 투성이지만 당장 한국에 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한국에 한번 놀러가는 게 시간 맞추랴 휴가 모으랴 쉽지가 않아서 그냥 집 주변 빨간 단풍이 잘 보이는 곳으로 산책을 가고 한국 마트에 가서 한국 음식도 사먹어 보고 간혹 코너에 보이기 시작하는 낯익은 과일 노점상에서 한국의 모습도 찾아본다. 여기저기서 한국 모습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국 가을은 많이 그립다.
<김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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