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젠튼, 더블린, 산라몬을 통틀어 이르는 트라이밸리지역에는 킨더부터 12학년까지 KPA(트라이밸리 한인학부모회) 북클럽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한인 학생들이 많다. 북클럽은 KPA의 가장 오래된 단체로서 여러 가족들을 엮어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KPA의 근간을 이룬다.
북클럽은 친구나 집이 가까운 학생들끼리 학년별로 4~6명씩 한 반을 만들고, 고등학생 한명을 리더로 배정하여, 각자 같은 책을 읽고 매월 한번씩 모여 책내용을 나누는 방식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50개가 넘는 반이 유기적으로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엄마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각 반마다 룸맘이 있고, 책을 정해 나눠주는 분들을 비롯해서 보이지 않게 수고해 주시는 엄마들이 정말 많다.
우리 아이들도 2학년부터 북클럽을 시작해 이제는 고등학생 리더로 봉사하고 있다. 그동안 만난 리더 언니 오빠들을 보면서 ‘나도 리더가 되면 애들에게 저렇게 해줘야겠다’ 혹은 ‘난 저런 리더가 되지 말아야지’ 하는 나름의 지혜(?)를 터득해온 것이 수확이라면 큰 수확이다.
우리 딸은 그 동안 만난 리더들 중에 유독 뭔가 만들어주고, 끝나면 책 잘 읽어왔다고 맛있는 쿠키나 사탕을 주던 리더들이 좋았다고 기억하지만, 룸맘을 하면서 옆에서 지켜본 나에겐 모든 리더들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물론 천방지축이던 저학년 아이들을 못 다뤄서 쩔쩔 매던 리더들도 있었고, 숙제가 많아 준비를 못해오는 리더들도 있었지만, 모두 의젓한 리더가 되려는 노력 속에 아이들은 서로 성장해 나갔다.
처음 KP A북클럽을 만들 때 의도가 튜터링의 목적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끼리 서로에게 멘토가 되어주고 사회봉사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떤 리더 학생이 배정되어도 불평을 할 수는 없었다. 리더에 따라 북클럽이 재밌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했지만 결코 그 시간이 헛되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제는 리더가 되어 어린 학생들을 대하는 우리딸은 북클럽반 아이들이 얌전하거나 장난이 심하거나에 상관없이 다 귀엽다고 한다. 자기도 저런 시절을 지나왔다는 게 신기한 듯이 묻는다. 동생을 대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입장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경험을 쌓고, 더욱이 가족이나 친척이 거의 없는 곳에서 자라오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있다는 것에 참으로 고마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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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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