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의 마디들이 저마다 비명을 질러댄다. 마당의 돌들을 걷어내고 흙을 다지고 검은 플래스틱 천을 깔고 모래를 다시 덮고 나무 틀을 박아넣고 자갈을 채워넣고 돌을 깔고 재작년에 잘라놓았던 통나무들을 작게 잘라 쓸만하게 만들고… .
지난 삼년간을 순전히 게으름 하나 때문에 방치해두었던 통나무 더미들 속에선 온갖 벌레들이 들락거리며 분주하다. 돌덩이들을 들치면 그아래 수없는 개미집들이 미로를 이루며 서로서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수천 아니 수만마리의 개미들은 저마다 분주하게 움직이며 사방팔방으로 몰려다닌다.
나무둥치에 난 구멍마다 아주 작은 벌레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끔찍하게 징그러운 이 어마어마한 또 하나의 세계를 내려다보며 어찌할바를 모른다. 일사분란하게 제 할일에 매진하고 있다가 나의 갑작스런 침략으로 미물들도 어찌할바를 모르고 우왕좌왕 난리가 났다. 이 미물들에겐 어마어마한 자연재해가 덮친 셈이다.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고 집들이 무너져내리고 길들이 파헤쳐지는 바람에 편안히 누워있던 몸집이 무거운 여왕 개미들도 느릿느릿 피난길에 오른다. 그보다 훨씬 발이 빠르고 몸집이 작고 날랜 유모개미들은 희끄무레한 알들을 안전한데로 옮기느라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먹이를 나르던 일개미들도 악착같이 먹이를 놓지 않은채 잰 걸음으로 피난을 간다.
이 미물들은 나의 존재를 알까? 인간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을까? 그리고 우주의 존재와 해와 달과 별의 뜨고 짐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이 미물들의 엄연한 세계를 내려다본다. 한 낮 쏟아지는 햇볕 아래 뚝뚝 떨어지는 땀을 닦으며 이 지상 어느 것이든 존재의 턱없는 미미함에 대하여 잠시 가슴 아린 연민에 젖는다. 인간 세계보다 더 큰 세계가 있어 내가 마당의 돌을 뒤집어 엎듯이 그 큰 세계에서 어떤 힘이 지구를 톡 건드리기만 해도 우리는 사라지고 말 운명에 처할것이 아닌가. 세계 속에 세계가 있고 또 그 세계 속에 또 세계가 있고 또 그 안에 세계가 있고 또… . 내 몸 속에도 세포들의 세계가 있어 그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각각의 맡은일을 하며 일사분란하게 돌아간다.
그 세포들은 저들을 품고있는 내 몸의 존재를 인식할까? 더 작고 작은 분자니 원자니 하는 단위의 것들은 그들이 속해있는 세계를 알까? 그리고 무엇으로하여 그들은 절로 운행이 되는 것일까. 정신, 혼, 혹은 에너지, 흔히들 말하는 신, 그 어느 단어든 우리가 정의 내릴수 없는 물질과 육신을 초월해 있는 그 어떤 것, 죽은 세포가 때가 되어 벗겨져 나가듯 우주의 세포 중 하나라 할 수있는 육신이 없어진다 해도 남아있어 모든 세계를 움직이는 힘, 바로 그 것으로 모든 우주가 절로 운행되어지는 것일게다.
그런데 그 힘이란게 우리 모두의 궁극적 염원, 나아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절대적 소망의 거대한 덩어리라면… . 오늘 심란한 이런 사고를 하는 나는 몇 십년 내로 죽은 세포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엔 새로 돋아난 세포가 채워질테지만 지금 두려운 것은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고 미래를 향해 우리가 다 같이 무언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람들은 무슨 염원으로 이 나라의 책임자를 정한 것일까. 비 상식과 천박함, 비 인간적 언사와 행동, 기고만장한 인격은 정치와는 별개의 것일까. 과연 어떤 의미인가. 무슨 징조일까싶어 두렵기까지 하다. 이 세계를 운행케 하는 그 거대한 힘의 향방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 것일까.
오늘 나는 피난도 못가고 죽음을 불사하고 덤비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우왕좌왕, 날벼락 맞은 한 마리 개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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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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