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담당한 기관이었던 ‘상의원(尙衣院)’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조선시대 “예복” 한 벌이 외국에서 반환되어 한국의 박물관 전시실로 돌아온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 옷에 담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형식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박물관에서 옛 우리 옷을 만날 때 무슨 생각을 하는가? ‘아, 예쁘다…, 정성이 많이 갔구나… 옛날에는 저런 걸 어떻게 입고 살았을까?’ 보통 이러한 생각들을 한다. 거기에 전시 투어 도슨트의 설명이 곁들여지면 옷에 시문된 문양의 상징성이라던지, 옷 제작에 보인 구조적인 특징 같은 전문적인 내용까지 배울 수 있기도 하다.
2013년 10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아트뮤지엄에 소장된 복온공주 활옷의 재창작품에 대해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옷이 가진 복식사적 의미보다 나의 관심을 더욱 끌었던 건 복온공주가 활옷을 입고 12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2년 후인 14살에 안타깝게 돌아간 사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활옷에는 아들 많이 낳고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백년해로하라는 기원을 담은 문양들이 빼곡히 정교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한 땀 한 땀 자수된 비단실의 광채와 날렵하게 형성된 문양에 보이는자수 기술의 완벽성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니 수강자들은 눈이 호강스러웠고, 문양 하나하나에 담긴 상징 의미를 통해 당시의 한국인의 생활 철학이 전달이 되었다. 그렇게 옷에 감화된 관객은 공주가 이런 귀한 소망이 담긴 옷을 입고 결혼하고도 일찍 돌아간 사실에 함께 안타까워했다.
나는 미술관의 스토어에 활옷 문양이 들어간 소품이라도 있으면 강의를 듣고 돌아가는 관객의 구매와도 연결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 유산이 박물관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삶에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 진정 역사학자가 해야 할 임무가 아닐까? 비록 허구이지만, ‘상의원’이 박물관의 옷 속에 담긴 이야기를 끌어내어 세계인이 함께 볼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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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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