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숫자와 데이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수학이나 과학뿐만이 아닌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숫자와 데이터가 그 어떤 것보다도 가치있게 생각되고 있다.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정치인 누구를 지지하며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실제로 투표를 한다’ 등의 숫자를 통해 정치인들이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고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어떤 병을 앓고 있다’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부당한 일을 경험한다’ 등 사태의 심각성을 그 어떤 말보다도 숫자가 더욱 잘 표현해줄 때도 있다.
데이터가 중요한 만큼 나 또한 데이터를 이용하고 사용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몇 퍼센트의 한인들이 어떠한 일을 겪고 있다’며 우리 한인들의 어려운 삶을 백마디 말보다 한 숫자로 대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숫자나 데이터로 사람들을 설명하기에는 숫자로는 차마 다 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될 때가 더러 있다. 연구 보조원으로 일했을 때의 일이다.
사람들과 정해진 질문으로 인터뷰를 하고 그 결과를 데이터로 입력을 하는 일이였다.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에 걸쳐 한 사람과 인터뷰를 하다보면 아무리 짧은 시간의 인터뷰라도 그 사람의 성격, 그 사람의 생각, 그 사람의 생활습관, 그 사람의 역사, 그 사람의 소신 등 인터뷰 대상인 그 사람을 사람으로 너무나 잘 알게 되어버리곤 했다.
Yes 혹은 No라고 대답한 그 모든 사람들의 대답 뒤에는 그 사람들이 살아온 수십년간의 역사, 그리고 그 수십년을 통해 만들어진 그 사람들의 성격, 소신, 생각 등이 모두 들어가 있는 각자 너무나 다른 Yes 혹은 No였다.
그렇게 나는 몇 십명을 인터뷰했었는데 사무실로 돌아가 그 모든 인터뷰 결과를 입력할 때에는 너무나 복잡하게 이루어진 대답을 그저 숫자로 0, 1, 0, 1 입력을 하여야만 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그 이야기들이 그저 큰 숫자 하나로 합쳐져 퍼센티지(%)로 계산되는 걸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아직도 38%의 Yes라는 인터뷰 결과 안에는 그 모든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녹아있다는 것에,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숫자와 데이터가 너무나도 중요해진 지금 우리는 숫자와 데이터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의 경험과 소신, 생각을 모두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나 있을까?
<
김수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