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에 Thanksgiving을 맞이하여 대학생 때 다니던 교회에서 “감사”란 주제로 들었던 설교 말씀이 생각났다. 그날 나는 목사님께서 어떤 말씀을 전해주실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Thanksgiving에 걸맞는 "감사"라는 주제의 보편적인 설교 내용을 예상하고 있었다.
설교의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참 거만하게도 지금까지 내가 감사의 미덕을 어느정도 잘 행해왔다고 생각했다. 내게 없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만족해하며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노력. 이런 성숙함은 다 감사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내가 그렇게 살아왔다는 확신에 우쭐해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목사님께서 예상 외의 메시지를 전해주시며, Thanksgiving이란 Remembering이라고 말씀하셨다. 감사하는 것과 기억하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 거릴 때, 목사님께서는 감사란 내가 다른 이로부터 받은 호의와 배려를 기억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셨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갔다. 누군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면 그 자리에서 감사의 인사를 건네면 되는 것 아닌가. 아니면 나중에 내가 받은 만큼 갚으면 되는게 아닌가. 그게 감사를 표하는 방법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 사고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면 이런 태도의 결말은 내가 받은 것들에 대해 당연시 여기며 잊어버리거나, 혹은 큰 호의에 대해 다시 어떻게 갚을지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는 곧 누군가가 베푼 배려, 또 그 사람의 진심에 대해서 우러나오는 감사가 아니라 그냥 비즈니스적인 기브엔테이크의 관계로끝난다는 것이다. 얼마나 상대방의 선의를 인간미 없게 받아드리는 태도인가!목사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감사하는 마음이란, 우리 마음속에서 항상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베풀어진 선의와 배려를 내 안에서 두고두고 기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라고. 정말 신기하게도 사람들의 작은 위로 한마디와 배려를 하나하나 되새김질하고 나서야 깊은 감사의 마음이 우러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진심어린 감사를 통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들이 내 마음에 더 가깝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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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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