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듣는 질문이 있는데, “어느 이름으로 불러주길 바라냐”는 거다. 나는 사실 이름이 세가지나 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처음 내게 주어졌던 법적인 이름은 Christin이지만 성당 세례명은 안젤라고 5살 때 한국에 가게 되면서 수희라는 이름도 쓰게 되었다. 어느 이름으로 불러주길 원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부르는 사람에게 알아서 부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찌할바 모르고 몹시 불편한듯 하나만 정하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기 편하게 하나만 정하는 게 나중에도 사회생활 할 때에도 편하다고 조언을 주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재미있기도, 불편하기도, 또 어이없기도 하다.
내 이름들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리고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우리 가족에게서 받은 이름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내가 미국 사람들이 부르기 쉬운 이름을 갖고 아무탈 없이 살아가길 바란 엄마가 지어준 영어 이름이고, 막내 손녀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독실한 천주교인이심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께서 작명소까지 가셔서 지어주신 한국 이름이다. 그렇게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만 사랑받아 소중하게 지어준 이름들인데 그중 반쪽을 잘라내고 없는 듯이 살아가라니.
사실 한국 사람들은 내가 이름이 여러 개인 것에 많이들 당황하지는 않는다. 나와 비슷하게 한국사람으로서 미국에서 살아가다 보니 한국 이름과 영어 이름 두 가지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두 이름 다 진짜 이름이라는 걸 아니까. 간혹 두 이름 중 어느 이름으로 불러주길 바라냐고 물어보고 내가 두 이름 다 쓴다고 하면 보통은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자신의 문화가 미국의 대중적인 문화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몹시 당황해 한다. 도대체 어느 이름이 진짜 이름인지 끈질기게 물어보고 단지 Christin 이 자신이 부르기 쉽다는 이유로 수희라는 이름을 아예 없는 듯이 취급하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이 편한대로 내 소중한 이름을 뚝 떼어내 갈 때마다 마음이 좀 아프다. 그 사람들이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만들어진 두 가지 이름을 다 기억하는 것이 힘든 이유는 미국과 한국의 사이에서 자란 나를 이해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지 않을까?
<김수희 KCCEB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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