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오후, 아들이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고 장소는 멕시코의 작은 도시였다. 순간 나는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사고 직후에는 신분증이 없어서 신원을 알 수 없어 지체되었다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아들이 한국여권소지자라는 것이 생각나서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전화를 했다. 그러자 멕시코의 이임걸 영사님의 연락처를 주었다. 이임걸 영사님은 아들의 사고 이야기를 듣자마자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겠노라고 말씀하셨다.
그 후, 그 분은 아들이 사고난 도시에는 큰 병원이 없는 상태여서 헬리콥터를 동원해서 입원시켜 주셨다. 나는 비행편을 구해서 최대한 빨리 가겠노라며 생명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그러자 23일 밤에 그 영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들이 위독하니 속히 오라고. 그런데 비행기를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 올케가 컴퓨터에 장시간 앉아서 샅샅이 살폈는데 갑자기 취소된 두 자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들의 처와 내가 24일 아침 11시 반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힘들게 구한 표가 뒷 자리어서 비행기가 멕시코에 도착해서 내리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었다. 그래서 승무원에게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 하였더니 일등석에 있는 승객에게 양해를 구해서 우리를 그 곳으로 옮겨주었다.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으며 멕시코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제일 먼저 내리게 되었다.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그 곳의 영사님과 재멕시코 과달라하라 힐리스코 김정섭 한인회 총무님이 우리를 맞아주시면서 아들이 있는 병원으로 안내해 주셨다.
절차에 따라 먼저 아들의 이름을 확인했다. 혹시나 동명이인이 아닐까 마지막 순간까지 기대했지만 인정하고 싶은 않은 사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코마 상태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는 아들의 얼굴에 내 볼을 대고 이마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아들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비록 말은 할 수 없었어도 왜 어미를 알지 못하겠는가.
의사가 1시간 후에 다시 검사를 하겠노라 했다. 영사님이 잠시 나와서 우리가 묵을 호텔을 병원 앞에 예약하는 것을 도와 주셨다.
우리를 위해서 이런 배려와 친절을 베풀어주시는 영사님과 총무님께 식사대접을 하고 병원에 돌아오니3분전에 아들이 숨을 거두었다는 것이었다.
생명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다는 것을 듣고 알고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와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용납되지 않았다. 흐르는 물 막을 수 없고 가는 세월 잡을 수 없듯이, 떠나는 생명 내가 어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들의 사고로 풍랑을 만난 배처럼 중심을 잃었던 시간들이 이제야 잠잠해 지고 나서 보니 하나님께서 인간천사들을 곳곳에 배치해 두셨음을 깨닫는다.
멕시코에 계신 김정섭 한인회 총무님이 그 곳에 머무는 내내 그림자처럼 함께 해주시며 모든 절차를 이끌어주셨다. 뿐만 아니라 아들의 맥박이 뛸때에 그 곳의 강태경 목사님께 연락해서 예배 드리게 해주셨다. 소천 후에도 장례 집례도 천국환송예배가 되도록 그 교회의 성도님들이 봉사해 주셨다.
단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어떤 인맥도 없는 생면부지인 나를 위해서 전심으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큰 빚을 지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화장하여 하얀 광목에 싸여진 아들의 유골을 내 가슴에 안겨주시기 위해 공항까지 환송나와 주신 김정섭 한인회 총무님께는 어떤 감사의 표현도 모자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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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순/산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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