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그 10일간의 기록 2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데우랄리패스를 오르는 대원들. 2,840m에 위치한 고산마을 고레파니 입구(가운데), 바람에 나부끼는 초르텐과 룽다.
10일 동안 80km에 이르는 구간을 걷고 또 걸었다. 히말라야의 순박한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산골짜기 아이들과 눈 맞추며 공감하기도 했다. 대원들 걱정, 고산병의 걱정과 싸워야 했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3,000m가 넘는 안나푸르나 푼힐 전망대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안나푸르나 일출의 장엄한 광경을 보며 정말 오길 잘했다 생각했다. 꿈속에서 그리던 “신들의 영역” 안나푸르나로 떠난 10일간의 솔직한 기록을 정리해 본다.
<글, 사진/ 김남일>
제4~5일/11월13~14일, 맑음
힐레(1,430m, 09:00)-울렐리(Ulleri 1,960m, 12:00 점심)-반탄티(Banthanti 2,210m, 15:00) / 산행시간 5시간
-난방없는 롯지에서 추위 이기는 법
아침 6시 쉐프 부띠가 생강차를 끓여 각 대원들의 방문을 두드리며 모닝콜을 한다. 눈앞에 펼쳐지는 안나푸르나 남봉 흰 설산을 감상하며 생강차를 마시는 히말라야의 첫 아침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북어국으로 식사를 마친 우리는 09시 숙소를 출발했다.
일반적인 안나푸르나 푼힐을 오르는 트레킹 코스는 고라파니(Ghorepani 2,860m)까지 하루에 운행을 한다. 하지만 우리 팀은 참가자들이 대부분 고산 경험이 없는 관계로 고소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이 거리를 이틀에 오르기로 하였다. 오르는 길은 안나푸르나 남봉(7,219m)과 히운출리(6,439m)봉을 바라보며 돌계단 길이 계속된다. 눈부신 태양과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빛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가볍게 계단을 오르는데 여기저기 지나치는 트레커들이 나마스테를 외치며 서로에게 맑은 미소로 인사하며 하루의 행운을 빌어준다.
산길은 무성한 초록 빛깔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군데군데 폭포와 거대한 바위도 보인다. 그러다 울렐리에 도착하면 갑자기 풍경이 바뀌며 안나푸르나 남봉의 탁 트인 뷰가 보이기 시작한다. 안나푸르나 남봉과 마차푸차레는 울렐리에서 뿐 아니라 트레킹 구간 곳곳에서도 종종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히말라야 저녁은 숙소인 롯지 대부분이 난방을 하지 않기에 추위와의 전쟁이기도 하다. 저녁 식사 후에 날진통이라 불리는 플라스틱 물통에 뜨거운 물을 담는 게 하루 일과를 끝내는 의식이기도 하다. 이 물통은 침낭 속에 넣어 밤새 이리저리 굴려가며 침낭 속의 온도를 높이는 보일러 역할을 하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아침에는 이 물로 양치와 세수도 한다.
반탄티(Banthanti 2,210m, 09:00)-고레파니(Ghorepani 2,860m 13:00) 전체 산행시간 4시간.
-고산마을 고레파니
힐레를 지나 시작되는 고레파니까지 표고차 1,400m의 오르막길은 돌계단의 연속이다. (약 3,400여개) 이 구간만 무리없이 오른다면 안나푸르나 푼힐(3,210m)전망대의 트레킹은 성공한 것이다. 약 4시간 정도 돌계단 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덧 고레파니에 도착했다.
고레파니는 안나푸르나 트레킹 구간에서 가장 큰 마을 중 하나로, 푼힐 전망대에서 히말라야 일출을 맞기 위해 꼭 머물러야 하는 고산마을이다. 고도 2,860m에 있는 마을엔 경찰서와 보건소를 비롯 커피, 제과점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이 있다. 롯지도 다른 마을보다 2~3배 많은 편이다. 옛날에는 카투만두와 티벳, 무스탕을 오가던 상인들이 고레파니에 들르는 중간기착지인데 말들이 물을 마시고 가는 곳이라 하여 네팔어로 말이라는 뜻의 ‘고레’와 물이란 뜻의 ‘파니’를 합쳐 고레파니라고 불렀다고 한다. 오늘도 쉴새없이 많은 당나귀들이 짐을 가득 싣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레파니 마을을 지나가고 있다.
-고산병과 샤워
땀을 많이 흘려서 인지 샤워의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컨디션 조절을 위해 하루만 참기로 한다. 보통 트레킹 초보자에게는 히말라야를 포함한 고산지대 3,000m 이상에서는 샤워를 하지 못하게 한다. 이유는 고산병 때문이다. 히말라야의 롯지들 대부분 난방이 안 되는데 샤워를 하면 떨어진 체온을 끌어올리기에 부적합하고 떨어진 체온으로 인해 컨디션 조절이 어렵기 때문이다. 부족한 산소와 떨어진 체온은 상관관계가 있어 고산병에 걸리기 좋은 조건이다. 옅은 두통과 함께 메슥거림이 느껴진다면, 영락없이 고산병이 걸린 것이다.
고산병 예방약으로 알려진(아세타졸라마이드, 비아그라 등)약을 복용하면 어느 정도 증상을 억제할 수 있지만, 완전히 막진 못한다. 두통이나 메스꺼움보다 더 몸을 지치게 하는 건 산소 농도 저하로 인한 호흡량 증가이다. 평소보다 호흡을 3배 정도 많이 하기 때문에 열 걸음도 채 가지 못해 지치고 만다. 천천히 걸으며 롯지에서 쉬는 동안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탈수현상이 오지 않도록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하는 게 예방책이다.
히말라야 만년설 빙하에서 녹아 내린 계곡을 울리는 엄청난 굉음의 물소리, 저녁식사 후 밖을 나오니 60여년만에 찾아 왔다는 수퍼문(Super Moon)이 활짝 웃으며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북두칠성을 비롯한 온갖 별자리들의 찬란한 모습, 밤하늘의 달과 별들이 눈부시게 비추어 잠시 앉아서 구경을 하고 잠자리로 들어가니 마음이 따스하고 신선하여 너무 행복한 밤이다.
제6일/11월15일, 맑음
고레파니(Ghorepani 2,860m, 05:00)-푼힐전망대(Poon hill, 3210m, 06:00)-고레파니(Ghorepani 2,860m, 09:00) - 데우랄리(Deurali 2,990m, 12:00 점심)-타따바니(Tadabani 2,630m, 17:00) / 산행시간: 10시간.

트레킹코스 중간중간에 위치한 히말라야 롯지(왼쪽).
-푼힐 전망대의 일출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인 푼힐 전망대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부띠가 끓여준 수프를 마시고 전체 대원이 5시에 푼힐을 향해 출발한다. 안나푸르나 히말라야 산군의 일출을 보기 위해 헤드랜턴 불빛으로 히말라야의 어둠을 밝히며 숙소를 출발 하는데 푼힐 입구로 들어서니 헤드랜턴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훤하게 길을 내어준다. 세계 각지에서 이 아침을 위해 안나푸르나를 찾은 트레커들과 함께 찬 공기를 가르며 오르는데 높이가 3,000m를 넘어서인지 제법 숨이 차오른다. 오늘은 유난히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새벽이다.
고라파니 숙소를 출발한지 약 1시간 걸려 올라오니 동쪽에서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며 히말라야 3대 미봉이라 불리는 마차푸차레(일명 물고기 꼬리, 6,993m)부터 비춰오는 일출이 장관이다.
서쪽으로는 아직 넘어가지 않은 슈퍼문과 함께 다울라기리 1봉(Dhaulagiri 8,172m), 투구체(Tukuche 6,920m), 닐기리(Nilgiri 6,940m), 안나푸르나1봉(Annapurna 8,091m), 안나푸르나 남봉( Annapurna South 7,219m), 히운출리(Hiun chuli 6,434m), 강가푸르나(Gangapurna 7,454m), 마차푸차레(Machhapuchalle 6,993m) 등 히말라야 고봉들이 여명과 함께 장엄한 모습 보여 주니 이 장관을 보기 위해 고소를 극복하며 올라온 트레커들은 여기저기 환성을 지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데 정신이 없다. 우리도 더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환상적인 풍광을 카메라에 담기에 바쁘다. 풍요의 여신이라 불리는 안나푸르나 산군의 장엄하고도 감동적인 일출 광경은 온 몸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신의 세계로
한국산에서의 최고 일출은 당연 지리산을 꼽는다. 지리산 일출을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이곳 푼힐도 마찬가지다. 막상 푼힐에 올라도 히말라야의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일출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히말라야는 아열대 기후와 고산 기후가 만나는 지역인 데다 고도 6,000m가 넘는 산들이 대기의 흐름을 막고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바뀌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우리의 앞길을 비춰주는데 이 달빛은 60여년만에 찾아 왔다는 수퍼문(Super Moon)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수퍼문의 안내를 받으며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의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으로 여겨진다.
9시에 숙소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타따바니를 향해 출발이다. 오늘의 여정은 이번 트레킹 구간 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 새벽 일출을 포함해 10시간의 산행 길이다. 오색 깃발의 타르초와 룽다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데우랄패스(3,400m)언덕에 도착해 간식으로 먹으며 설경을 감상했다. 코발트빛 하늘 아래 다울라기리 산군과 안나푸르나 산군의 설봉들이 눈부시게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신들의 세계로 들어왔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바람의 말
타르초와 룽다는 티베트어로 ‘바람의 말’이라는 뜻.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하는데,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부처님의 만트라가 새겨진 깃발을 지대가 높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걸어놓으면 바람에 실려 세상 멀리까지 퍼지고 산과 인간을 연결하여 신의 가호를 받게 해준다고 믿는다. 언뜻 보면 각기 다른 색의 깃발을 긴 줄에 무질서하게 걸어놓은 것 같지만, 파란색, 하얀색,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이 순서대로 정렬되어 있고 각 깃발에는 불교 만트라와 함께 호랑이, 백사자, 용, 그리고 전설의 동물인 가루다가 그려져 있다. 히말라야뿐 아니라 포카라나 카투만두의 사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종교와 관계없이 집에 걸어놓는 경우도 많다. 세로로 세워진 것을 “타르쵸”라 하고 가로로 걸친 것은 “룽다”라고 한다.
12시에 데우랄리 도착 점심을 하고 반단티를 지나 아름다운 계곡과 원시림으로 가득한 수림을 지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돌계단을 힘들게 오르내리기를 몇 번 하다 보니 만년설 빙하 그 깊은 곳 어디에선가 온천수가 품어 나와 이름 부쳐진 “타따(뜨거운), 바니(물)” 타따바니 마을에 도착하였다.
<다음에 계속>
<
김남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