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지금까지 15개 부처 중 11개 부처의 장관 인선을 마쳤다. 그런데 미국정치에 아주 관심이 많거나 잘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어느장관에 내정되었는지 일일이 기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많은 사람들이 국방장관에 누가 내정되었는지는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누구라고 이름을 말할 수 있는사람은 많지 않을지 몰라도 ‘미친개’라고 불리는 사람이 되었다고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이게바로 ‘딱지 붙이기’의 힘이다.
‘미친 개’는 트럼프 행정부의 첫국방장관으로 내정된 제임스 매티스 장군의 별명 중 하나다. 그가2005년 한 패널 토의 중에 이슬람극단주의자 탈레반에 대해 얘기하면서 적들을 쏘는 일이 재미있다고해서 얻은 별명이 바로‘ 미친 개’이다.
이런 자극적이고 과격한 인상을 주는 그의 별명과 트럼프가 그동안 해온 돌출적이고 과격한 발언들이 겹쳐져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티스 장군은 그 외에도 여러어록을 남겼고, 그 중에는 상당히 과격한 말들도 꽤 많다.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 보면 그는 41년 군 생활을 하면서 6,000권 이상의 개인장서를 가진 독서광으로 전쟁터에서도 로마의 황제 철학자 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지니고 다닌 인물이다.
결혼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얻은 또 다른 별명이 ‘전사 수도사’이다. 그는 손자, 율리시스 그랜트, 셰익스피어, 조지 패튼과 성경구절을 자유자재로 인용할 만큼 박식한 인텔리로 군부 내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최근 트럼프가 그에게 “테러리스트에 대한 물고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게 담배 한 갑과 맥주 몇 병을 주면 고문으로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잘 할 수 있다.”라고 말해 트럼프도 놀랐다고 한다.
이처럼 별명만 듣고 얼핏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일면을 지닌 인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미친 개’이미지로 기억하고 판단할 것이다. 누군가 어떤 인물의 이름 뒤에 붙이는‘ 딱지’의 힘은 이처럼 크고 무섭다.
한국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도 늘 붙어 다니는 딱지가 있다.
‘기름장어’라는 별명이다. 언제부터 어떤 연유로 그런 별명을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어감 상 아무래도 부정적인 의도가 읽혀진다.
그런데 외교관이라는 그의 직업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그 별명은 최고의 찬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든다. 외교관은 속내를 분명하게 밝히기보다 약간 두루뭉술하게 여지를 남기면서 실리를 챙겨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 분의 ‘기름장어’같은 유연성은 외교관으로서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그래서 유엔사무총장에까지 오른 게 아닐까싶다.
조선시대 명재상, 황희 정승이 어떤 시비를 보고 “이 쪽도 옳고 저쪽도 옳고 그 쪽도 옳다”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볼 수있음을 인정한 포용과 관용의 예로 흔히 인용하는 일화이지만, 만약 그가 요즘 한국에서 정치를 했다면 우유부단하고 무소신의 기회주의자로 낙인찍혀 ‘ 박쥐’나 ‘카멜레온‘ ’무뇌인간’이란 딱지가 붙지 않았을까? 딱지 붙이기는 낙인찍기이다. 한번 나쁜 이름으로 낙인이 찍히면 살갗에 새긴 불도장처럼 아프게 박혀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란 여간어렵지 않다. 그래서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적에게 나쁜 이미지의 낙인을 찍기를 좋아한다. 꼴통, 종북, 좌빨, 친일파, 독재자 …낙인찍기는 당사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의 원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러니 어떤 인물을 볼 때는 그에게 붙어 있는 딱지에 현혹되지 말고 뒤에 가려져 있는 참 모습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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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운택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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