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배달된 많은 우편물 중에서 월넛크릭의 Bedford 화랑의 초대 카드가 눈에 먼저 들어오면서 가슴을 뛰게 해주었다. 어린 시절 내 그림은 항상 전시되어 수채화를 잘 하는 아이로 성장하였고, 순수 예술이 아닌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었던 나는 많은 전시회를 갖기도 하였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잊은 듯 살아왔다.
누구에게나 살아 오면서 본의 아니게 체념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 있는데 노년에 접어든 지금의 나는 지나가고 있는 매 순간 순간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딱 좋은 때라 생각한다. 독일의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는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나이를 먹느냐 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어려운 일이라 했고 스위스의 철학자 아미엘도 오래 사는 것보다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지을 것인지, 어떤 식으로 늙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어른다운 어른으로 나이 든다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다.
젊은 춤꾼과 ‘맞짱’을 떠도 밀리지 않는 두 번의 내한 공연을 가졌던 73세의 무용수 카를린 칼송은 문학과 철학을 전공했는데, ‘문학이든 움직임이든 나를 표현하는 방법과 전달함에 있어서 나이의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처럼은 아니더라도 전공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나도 지금의 내 위치에서 열정을 갖고, 없는 시간을 만들어 전시회도 가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며 부지런히 움직여 도전해 본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늙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지면서 ‘나이 듦’은 굉장히 부정적이 되었는데,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노래 가사도 있듯이, 나의 지나온 경험을 전달해 다른 사람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갈 것이다.
세월의 흐름은 항상 같은데 서로의 다른 삶으로 인해 빠르게도, 느리게도 느껴지게 마련이다. 나의 삶으로 인해 세월이 엄청 빠르게 느껴지는 지금 나는 아쉬움과 설렘의 시간에 서 있다. 순간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적당히 살아내는 삶을 살기보다 항상 자신을 다잡고 사는 청운추월(晴雲秋月: 갠 하늘의 구름, 가을 하늘의 밝은 달, 마음이 맑고 깨끗함)과 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은 욕심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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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SF한인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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