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대한민국 출산지도’가 많은 비난을 받았다.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달고 ‘가임기 여성수’를 한눈에 보기좋게 나타냈다며 20세에서 44세의 여성을 ‘가임기 여성’이라 칭하고 단면적으로 그 나잇대 여성의 숫자만 세어 각 지자체에 몇 명이나 있는지 도, 시, 구, 군으로 나누어 순위까지 매겼다. 20세에서 44세의 여성의 숫자를 세는 것으로 어떻게 저출생을 ‘극복’하려던 논리였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거 여자로서 처음 겪는 일, 아니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자식은 몇 명 낳고 싶냐, 여자는 아이를 낳아야지, 셀 수도 없이 많이 들은 말이다. 한국의 한 공익광고 포스터는 오만원권의 신사임당 사진을 오려내어 놓고는 ‘신사임당이 율곡을 낳기 전 양육비부터 걱정했다면, 위대한 두 모자는 역사상에서 사라졌을 것입니다”라고 ‘출산 장려’를 한다. 내가 왜 신사임당이 되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신사임당이 되고 싶은 꿈을 양육비만이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내가 20세에서 44세 사이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은 말들이 많다.
우리 엄마는 열심히 일하는 엄마였고 지금도 엄마의 일에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일에 관련된 교육은 주말에도 꼬박꼬박 찾아다니며 계속해서 공부를 놓지 않는 멋있는 사람이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내가 하는 일에는 언제나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라는 것도 엄마에게서 배웠고 학교를 졸업해도 계속해서 공부하고 배우는 자세를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엄마에게서 배웠다. 하지만 엄마는 일을 열심히 한 댓가로 ‘딸을 버렸다’ ‘이기적이다’ ‘모자란 사람이다’라고 수도 없는 질책을 받았다. 그렇게 십년 이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엄마가 나를 키울 때보다도 전혀 나아진 모습이 보이지 않고 그래서 나는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의 사람들에게 ‘에이, 그래도 여자는 아이를 낳아야지’ ‘아이 안 낳으면 여자는 허전해’라고 걱정인 듯한 강요를 듣고 한국 정부조차 ‘가임기 여성’이라며 출산하라고 숫자로 센다. 그런 걱정하기 전에, 그런 숫자 세기 전에 왜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고 싶어하지 않는지 먼저 걱정하고 그에 맞는 변화를 함께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김수희(KCCEB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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