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교과과정에는 글쓰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표절이 무엇인지 배우고, 글을 쓸 때 절대 표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몸에 익히는 것을 참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몇 달 전 9학년인 둘째 아이가 영어 시간에 어떤 친구가 숙제로 제출한 내용이 표절로 판명되어 영점 처리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집에 와서 했다. 그 친구는 자신의 꿈이 학점을 잘 받아서 발레딕토리언이 되는 것이며,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니 다른 테스트 점수를 봐서라도 참작해 달라고 선생님께 선처를 요구했지만 선생님은 “네가 지금 불이익을 당하고 지금 제대로 배워야 한다. 네가 대학가서 이런 일을 겪으면 학교에서 쫓겨날 것이고 다른 대학에서도 너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만일 직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너는 직업을 잃게 될 것이고 다른 직장에서도 너를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배우지 못하면 나중에는 더 값비싼 대가를 치를 터이니 지금 배우라”고 하면서 점수를 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렇듯 미국 아이들이 중요하게 배우는 표절의 개념이 한국에서 자란 나의 어린 시절 글쓰기 교육에는 있었던 것 같지 않다. 한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무엇이 표절이고 어떻게 연구 논문을 써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일일이 내용을 검토해주는 지도교수가 없는 한 연구자 스스로 문제없는 글을 써야 한다. 표절인 줄 몰라서, 혹은 실적에 대한 압박에 연구를 급조해 내느라 표절하는 현실에 있던 국내 학계의표절 문제는 1990년대에 수면 위로 떠올라 한차례 광풍을 겪었지만 지금도 여전하다.
지난 해 말 모 시장의 석사학위 논문에 표절 시비가 있자 그 시장은 “내가 잘못한 것은 각주는 달았지만 본문에서 따옴표를 치지 않은 것”이었다며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석사학위는 필요없다는 말과 함께 학위를 반납했다. 글을 제대로 쓸 줄을 몰라서 빚은 사회적 책임을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표절은 사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윤리적인 글쓰기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민지(한국복식 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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