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들과 루나는 우리 딸네 집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의 이름이다. 두들은 네살짜리 시추라는 종류의 코가 납작한 중국계 개이고 루나는 몇달전 동물 보호소에서 일금 25불을 내고 데리고 온 고양이다.
보통 개와 고양이는 서로 상극이라 잘 어울리지 못하는데 이 두놈은 서로 쫓고 쫓기며 어울려서 잘 노는 편이다. 두들은 점잖은 편이라 고양이가 터키라던가 먹다 남은 닭고기를 먹을 때 끈기있게 기다린다. 그러나 루나는 행동이 어찌 빠른지 내가 닭고기를 찢어서 두들 앞에 놓으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냉큼 쫓아와서 닭고기를 다 먹어버린다.
지난 주말 딸네는 일주일 동안 휴가를 받아 스틴슨 비치에 머물렀고 우리 부부와 막내 쟌과 며느리는 마침 금요일이 휴일이어서 함께 그곳에 가서 망년회를 하고 왔다. 날씨가 베이지역보다 훨씬 따뜻하고 좋아서 데니와 니코, 강아지와 고양이는 오후 내내 비치를 쏘다니며 즐겁게 놀았다.
이곳은 사위인 스티브가 서너살때 그의 부모가 사놓은 비치 하우스다. 그곳의 이층 덱에서 보면 썰물때는 파도가 약15미터 앞까지 와서 정말 바닷가에 온 기분이 난다. 강아지는 앞발로 열심히 모래를 파서 테니스 공을 숨겨 놓고 한참 후에 다시 파서 공을 꺼내는 일을 싫증도 안나는지 반복한다. 고양이는 아침을 먹은후 밖에 나가면 저녁 무렵이나 미야옹!하고 나타난다. 두놈이 다 용케도 제집을 찾아오는 것을 보면 참 신통한 생각이 든다.
이제 여섯살이 된 니코는 워리어즈의 35번 선수가 지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란다. 벌써 게임의 법칙을 다 알아서 내게 설명도 해준다. 이렇듯 아이들은 벌써 우리가 모르는 새 금방 자라준다. 스티브의 친구인 크리스가 저녁 나절 맨도시노에서 자신이 직접 다이빙을 해서 잡은 커다란 전복 두개를 가져와서 요리까지 해주어 오랫만에 전복 맛을 볼 수 있었다. 다음날 스티브와 그 친구는 하이킹을 하러 나섰는데 계단만 오르는데 3마일이라고 해서 입이 딱 벌어졌다. 오십대인 그들은 운동으로 다져진 몸들이 가히 몸짱들이었다.
이곳에 올때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는 것이 운치가 있어 좋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홀로 바닷가를 거닐다가 갑자기 비가 내려 모래 사장을 달리는데 발이 푹푹 빠지면서 정말 죽을 고생을 했다. 한 십분간 달리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 유행이지만 나이는 어쩔수가 없나보다. 내 나이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헉헉 거리며 집에 도착하니 쟌이는 벌써 일어나 있었다. 그애는 나처럼 잠이 없고 일찍 일어난다. 우리들은 늘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많은 이야기를 한다. 나는 항상 막내와 마주 앉아 한가하게 얘기를 나누는 이 시간을 정말 사랑한다. 그애는 네 아이들 중에서 제일 다정하고 속이 깊다. 함께 근처 베이커리에 가서 여러가지 빵들을 사왔다. 빵 몇개값이 거의 사십불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거의 아홉시가 되어서야 모두들 일어나서 사온 빵들을 맛있게 먹는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행복한 날들이었다. 강아지와 고양이와 아이들이 함께 어울러져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모습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나는 덱에 서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이런 단순한 것들이 주는 순수한 행복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으면 싶었다. 미국의 미들 어퍼 클라스 가정이란 이렇게 개와 고양이와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서 자라고, 즐겁게 놀면서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농구 경기나 미식 축구를 보면서 가족들 모두가 신나는 시간을 함께 가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다면 딸네 가정이야말로 축복 받은 완벽한 미국의 중산층 가정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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