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한 미팅에 참가했었다. 미팅을 주관했던 컨설턴트분들을 제외하고는 미팅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은 베이지역에 사는 한인 분들이었고, 앞으로 함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의논하는 미팅이었다.
미팅 초반부에 어떻게 우리가 미래의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을지 ‘슈퍼히어로 내러티브’를 이용하여 생각해보자는 질문을 받았다. 미팅을 주관했던 그 컨설턴트분들은 슈퍼히어로의 예로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수십 명의 슈퍼히어로들이 그려져 있는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커다란 화면에 띄웠다. 하지만 슈퍼히어로 내러티브가 무엇인지, 그 컨설턴트분들이 왜 슈퍼히어로 내러티브를 사용했는지 그 마음이 이해는 갔지만 조금은 불편했다. 그 수십 명의 슈퍼히어로 그림 중에는 나와 같이 생긴, 그 미팅에 참가한 다른 한인분들과 같이 생긴 슈퍼히어로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 내러티브는 슈퍼히어로 영화나 만화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아왔었다. 슈퍼 능력을 가지게 된 평범한 사람이 어떠한 동기로 세상을 구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집을 떠나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는 우리처럼 생기지 않았고, 한국인도 아니다. 우리는 슈퍼 능력을 가지지도 어떠한 동기로 집을 떠나지도 않았고 우리처럼 생기지 않은 슈퍼히어로들을 보며 그들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얼마 전 할리우드의 중국을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에서 백인 남자 배우를 중국과 세상을 구하는 캐릭터 중 하나로 캐스팅한 것도,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주인공이 거의 다 백인 남자 배우인 것도 항상 그래왔으니 그러려니 한다. 그들의 내러티브에 맞춰 생각하고 이야기를 깎아 내야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더 빛나 보이고 눈에 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나마 나에게는 나와 닮은 슈퍼히어로는 옐로우 레인저였고, 뮬란이였고, 세일러문이였다. 그렇지만 옐로우 레인저는 숫자만 채우는 듯한 조연이었고, 뮬란은 중국 한나라라인데도 일본의 기모노도 함께 공존하는 중국인지 일본인지 모를 공간에서 싸우다 집으로 돌아가 결혼하고 세일러문도 결혼하고 은퇴했다. 언제까지나 내 사람이 아닌, 나와는 다른 슈퍼히어로들을 보면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꿈을 꿔야 하나 싶다.
<김수희(KCCEB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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