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주간은 방학이라기보다는 조금 긴 연휴 같은 아이들의 겨울방학이었다. 내가 어릴 땐 한국의 추운 날씨 때문에 거의 두달 가까이 학교에 안가고 집에서 한겨울을 났던 것 같은데, 미국은 겨울방학이 참 짧다. 그렇더라도 겨울방학이면 마음이 편안하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이 들어 있어 들뜬 분위기 속에서 분주하기도 하지만, 가족끼리 모여 맛있는 것을 자주 해 먹을 수도 있고, 책을 읽거나 밀린 일을 하며 집에서 쉬기도 할 수 있다. 때론 근처로 여행을 다녀오거나, 멀리 떨어졌던 가족들과 만나기도 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어릴 땐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썰매나 스키를 태우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처럼 급하게 타호로 떠나곤 했었는데, 이번 겨울방학동안엔 일년간 묵은 쓰레기를 청산하며 일주일을 꼬박 썼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집 밖에도 안 나가고 온 식구가 집에서 뭉그적대기도 했지만 왠지 편안하고 다시 못올 시간처럼 소중하게 느껴졌다.
언제까지나 품안의 자식일 것 같던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가족을 떠났다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좀 낯설게 느껴진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서인가 보다. 부모 눈에는 자식이 일흔이 되어도 언제나 품안의 자식으로만 여겨진다고 들어왔는데, 손님처럼 느껴진다니 처음엔 언뜻 잘 이해되지 않았다. 어릴 땐 어수룩하기만 해서 늘 걱정했었는데, 이젠 어른이 된 것처럼 여러 중요한 일들을 스스로 결정한 나가는 사이 차츰 부모와 소원한 사이가 된다면, 그건 조금 서운할 것 같다. 그렇다고 천년만년 내 품안에 끼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 괜히 마음만 어수선해진다.
이제 6월이 되면 KPA(트라이밸리 한인학부모회)에서 꼬맹이때부터 북클럽을 하며 자라온 십여명의 12학년들도 제 갈길을 찾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어디를 가도 한국사람임을 잊지 않고 살아주면 좋겠다. 가족과 일년에 한두번 볼 수 있게 되더라도 만나면 부모를 따뜻하게 꼭 안아 주고, 보고 싶었다고 얘기해 주는 사람으로 자라주면 좋겠다. 윗어른에 대한 예의를 알고 가족의 따뜻함을 아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아이들과 삼시세끼를 함께하고 청소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었던 이번 겨울방학이 소박하지만 소중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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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영(KP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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