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하면 최저 연봉 10만달러가 보장된다는 말이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전국에서 중간 가구당 소득이 두 번째로 높은 페어팩스 카운티에 일하는 변호사들의 평균 연봉은 현재 6만3,000달러. 수천명이 근무하는 대형 로펌의 연봉은 15만달러~20만달러이지만 일반 변호사들의 연봉은 그렇지 않고 대형 로펌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는 것. 일부 로스쿨 졸업자는 졸업후 6개월 후부터 시작되는 학자금 상환을 하지 못해 스타벅스나 바텐더로도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률시장 침체로 로펌 일자리 ‘말라붙어’
페어팩스 변호사 평균연봉 6만3,000달러
학자금 상환 위해 바텐더로 일하기도

페어팩스에서 로펌을 운영하는 한상준 변호사는 “변호사라도 대형 로펌에 들어가지 않는 한 10만달러 이상 받기는 쉽지 않다”면서 “특히 한인 변호사들의 경우, 이민 교통사고 부동산 분야에 많이 종사하고 있는데 자기 비즈니스를 하지 않고 월급쟁이 변호사로 해서는 10만달러 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법률시장 침체 여파로 몇 년 동안 대형 로펌들의 신규 변호사채용이 얼어붙은 데다 초임 연봉도 수년째 동결되는 등 전문직·고소득을 대표하는 변호사들의 취업기회도 일반 대졸자들 및 구직자들과 마찬가지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버지니아에서 특허 로펌을 운영하는 박해찬 변호사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이 무너지면서 법률시장이 많이 침체됐다”면서 “요즘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대형 로펌에 들어가기 아주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로스쿨 학생들의 빚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 지난 2010년 로스쿨 졸업생의 1인당 평균 학자금 대출 평균 채무는 9만5,000달러 수준이었으나, 2014년에는 1인당 평균 11만2,000달러로 치솟았다.

박해찬 변호사는 “아이비리그 로스쿨을 졸업한 경우, 학자금 대출은 20만달러까지도 되는데 대형로펌에 들어갈 확률은 1%”라면서 “그냥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변호사가 된다고 한다면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 변호사협회(ABA) 자료에 따르면 이미 3~4년 전부터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 가운데 9개월 내에 변호사 자격으로 취업한 졸업자가 전체의 절반을 겨우 넘은 55%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었다.

ABA에 따르면 현재 미국 변호사 수는 130만명이 넘었다. 워싱턴 DC의 경우에는 인구 1만명당 774.9명이 변호사일 정도로 전국에서 변호사 수가 가장 많다.
버지니아 타이슨스 코너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류엽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현재 포화상태”라면서 “대학에서 IT나 바이오를 공부하고 로스쿨에 입학하지 않는 한 대형 로펌에서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이나 정부기관, 그리고 개인 변호사사무실 등지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당장 생계유지를 위해 소규모 법률사무소에 취직하거나, 일반 기업 법무팀이나 변호사 자격증이 필요 없는 분야에 지원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중견 로펌의 한 간부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상위 10~15% 그룹에 속한 로스쿨의 졸업생 중 대다수는 로펌에서 풀타임 일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라며 “하지만 경기대침체의 영향으로 대형 로펌의 일자리가 말라붙으면서 졸업생들은 중간규모 법률회사의 저임금 포지션이나마 잡아보려 피 터지는 경쟁을 벌여야 했다.

<이창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