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서 조각보의 인지도가 부상하고 있다. 한복을 짓고 남은 감을 이용해 상보나 물건을 싸는 용도의 보자기를 만들던 전통 습속이 그 실용성 너머의 예술적 가치를 조명 받으면서 현대 직물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미술부가 있는 미술관의 소장품에 빠지지 않는 한국미술의 대표 품목이 되었고, 국내에서도 규방공예의 붐이 새로이 일면서 다시 여성의 여가 활동으로, 나아가 전문 예술의 한 영역으로 그 입지를 굳히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조각보의 미학은 세 가지 범주에 있다. 첫째, 남은 천 조각으로 연출할 수 있는 색과 형의 무한한 조합이다. 그 배열 행위는 전통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색과 형의 구성을 통해 창출해 낸 결과물은 결코 현대적 감성에도 뒤지지 않는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조각보의 색 배열에 나타난 현대성을 2016년 서울 크루즈 콜렉션의 주 테마로 활용했다. 둘째, 지극히 정교하고 까다로운 손바느질 기술이다. 그것은 세계의 어느 퀼트나 직물 공예에 나타난 손바느질과 비교해도 월등한 자랑스러운 한국 여인의 솜씨다. 셋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천연자원을 고갈시키지 않고 후세들이 지속적으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지속 가능한 개발’의 세 근간(three pillars)은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차원에서 검토된다. 보자기는 남은 천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니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이다. 2014년 2월부터 6월까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에서 1700명이 넘는 어린이 및 성인 관람객이 참여한 커뮤니티 보자기 프로젝트는 보자기에 사회 기여의 측면도 있음을 입증한 행사다. 이들이 색칠하고 그림을 그린 천 조각들을 이어 붙이니 상상을 뛰어넘는 크기의 초대형 보자기가 탄생했다. 작은 조각이 모여 점점 커가는 것을 보면서, 그 가운데 자신이 만든 조각을 기념하며 참여자들은 함께 작업한 기쁨을 건강하게 느꼈을 것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는 베이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영민, 이미란 작가의 보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새해 첫 달, 미술관 방문으로 에너지를 충전해 보는 건 어떤가?
<김민지(한국복식 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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